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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구조조정 실탄' 보급…정부도 자본확충펀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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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규모 등 최종 조율만 남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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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기업 지원에 필요한 ‘실탄’을 국책은행에 보급할 자본확충방안의 핵심인 자본확충펀드의 구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본확충펀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는 국책은행 현물 직접출자와 더불어 자본확충펀드에 일부 참여하는 방향이다. 이달 중 자본확충펀드 조성안이 확정되면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매입 등을 통해 국책은행 자본 여력이 확충되면서 기업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손실 최소화 원칙’ 통했나

지금까지 드러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보면 논의 초반보다 한은의 참여 정도는 상당히 낮아졌다. 애초 새누리당은 ‘한국형 양적완화’를 거론하며 한은의 발권력을 구조조정에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 역시 한은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주장하며 직접 출자를 사실상 거부했고, 20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야권 역시 정부 대신 한은이 구조조정 총대를 메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정부의 공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실제 정부가 자본확충펀드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정부가 일부라도 참여를 해야 한다”는 한은 수뇌부 측의 강한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한은이 수출입은행 등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이 배제된 것도 한은의 반대와 더불어 발권력을 동원한 구조조정 실탄 마련에 대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지원분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받고, ▦한은 지원분 회수 순위를 정부 지원분보다 선순위에 두는 것 역시 정부가 조금씩 물러선 방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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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경사진. 맨 왼쪽 건물이 제1별관, 가운데 솟은 건물이 본관.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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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등 남은 쟁점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협의체의 논의는 사실상 몇 가지의 쟁점만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와 한은의 공통적 평가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당초 발표 시한(6월말)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며 “펀드 규모, 운용 기관, 회수 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확충펀드의 전체 골격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조성됐던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는 한국은행이 도관은행(한은의 돈이 흘러 나가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은행)인 산업은행에 대출했는데, 이번 자본확충펀드에서는 산은이 지원 대상에 포함돼 도관은행 역할을 기업은행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이 이 돈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다시 대출하고, 특수목적회사가 조성한 펀드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인수해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단, 한도액 정도만 일단 설정해 두고, 실제 운용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미리 약속된 정부ㆍ한은의 분담비율에 따라 조성하는 방식(캐피털 콜)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도액, 즉 규모를 얼마로 할지는 최종 조율 대상이다.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한은 대출분에 보증을 해줄 신용보증기금에 누가 특별 출연을 할 것인가다. 현재 신보의 상황으로는 자본확충 재원에 모두 보증을 설 여력이 없다. 신보는 이미 올해 9조5,000억원 정도의 보증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미 절반 이상 보증이 이뤄진 상태다. 결국 신보가 자본확충펀드와 관련해 보증을 제공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신보는 보통 출연금의 12배 정도를 보증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6조원의 보증을 서는 데만 5,000억원의 특별 출연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는 신보에 출연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수여서 한은이 이를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논의에서 상당 부분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낸 한은이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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