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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해운구조조정 격랑] 한진해운 VS 현대상선, 점점 더 고조되는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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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한국 해운업계가 구조조정 격랑에 휩싸였다. 해운업을 이끌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빅2’가 나란히 경영난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3월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한 현대상선이 먼저 구조조정 작업중인 가운데, 한진해운도 똑같은 길을 밟아나가고 있다.

▶현대상선, 해운동맹 가입에 ‘올인’=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두 선사 모두 생존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둘중 한 곳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서로 긴장감 넘치는 신경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상선은 3월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하면서 먼저 구조조정의 테이프를 끊고 과제를 착실히 수행중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3개 조건중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조정을 성사시켰고, 이제 글로벌 해운동맹에 이름을 올리는 일만 남았다. 다만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해운동맹 퇴출은 사실상 영업을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

현대상선은 “사력을 다해 해운동맹 가입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상선은 제3의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노리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 멤버중 하팍로이드나 MOL, NYK 등 3사로부터는 동맹 합류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으나 기존 ‘CKHYE’ 소속인 한진해운, K-라인의 답변은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한진해운 설득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디 얼라이언스’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현대상선의 운명을 좌우할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얼라이언스 가입은 6개 선사의 찬성표를 만장일치로 얻어야 가능하도록 돼있다.

김정범 현대상선 비상경영실장은 한진해운과의 해운동맹 관련 협상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문제인데, 개인적으로는 대승적 차원에서 국적 선사들끼리 상생 모드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3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의 멤버인 한진해운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한 발언이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 여부에 일체 발언을 삼갔다. 한진해운 측은 “신규 선사 가입 문제에 대해 각 선사의 의견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한진해운 역시 개별선사로서 특정한 의견을 밝히긴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같은 국적 선사로서 현대상선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사별 의견이 비공개인 만큼 찬반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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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이 관건=한진해운은 지난 4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으며, 현재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는 국적 선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면서 글로벌 8위 선사의 저력을 보여줬다. 다만 한진해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선료 협상이다. 용선료 협상에 돌입한지 1개월 정도 됐지만 이렇다할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벌여야할 캐나다의 선주 시스팬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 상황을 폭로한 바 있고, 그리스의 나비오스사도 남아공에서 한진해운의 선박을 억류하는 등 악재가 속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은 6일 용선료 조정 협상과 관련해 “1차 협상을 완료한 상태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모든 선주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용선료 조정과 지불 지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은 현대상선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회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선료 조정 협상은 협상 초기부터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꾸준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선료 협상에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당장 성과를 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상선이 지난 2월 시작한 용선료 협상 결과도 5월말이 돼서야 가닥이 잡혔다. 현대상선은 오는 7일께 공식적으로 용선료 협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꼬박 3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용선주와 피말리는 밀고당기기 끝에 결과를 도출해낸 셈이다.

한진해운은 “구체적인 용선료 조정 내용을 협의할 후속 협상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를 잘 헤쳐나가 그동안 다져 온 영업력과 해외 주요 거점에 확보한 전용 터미널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대표 선사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최근 용선료 협상팀을 꾸리고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를 선정해 해외 선주와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프레시필즈는 과거 이스라엘 해운사 ‘ZIM’의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로펌으로, 한진해운은 프레시필즈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협상 결과를 도출해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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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우려를 낳은 용선료 연체 문제는 협상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액은 총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당초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대로 4112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말까지 H라인 해운 잔여지분과 벌크선 매각, 일본 도쿄 사옥 일부 유동화 등으로 650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이달에는 런던 사옥 매각 잔금과 상표권 유동화 수익 등을 통해 추가로 약 660억 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권단은 이와 같은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한진해운에 대주주 지원 등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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