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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韓경제, 길을 잃다⑤]구조조정 전략·전술 틀렸다는데…위기 돌파 리더십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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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책임전가하며 몸 사리는 정부

경기활력 떨어지는데 재정여력부족에 마땅한 카드도 없어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장기간 수출 지표가 부진하고 내수마저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자칫 장기 불황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기의 활력이 떨어진데다 조선·해운 업계를 시작으로 산업구조조정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정부와 중앙은행, 국책은행 등이 핑퐁게임을 하는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언급할 정도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현재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 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큰 틀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경제부총리냐 금융위원장이냐

분명 포문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유 부총리가 열었지만 현재 구조조정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임 위원장은 현재 경제 관료 중 구조조정 경험을 가장 많이 해본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구조조정 문제는 정부 내에서도 여러 부처가 각종 이해관계로 얽혀있는만큼 금융위원장보다 무게감있는 자리인 경제부총리가 진두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국은행 간부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방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구조조정은 목적도 중요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략·전술도 중요하다"며 "산업 재편이나 정책적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구조조정의 전면에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 해운, 철강 등 각 주무부처가 있는데 부총재가 밑그림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지 엉뚱하게 금융위원장이 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이 산업재편을 어떻게 하겠느냐. 순서가 잘못됐다"고 힐난했다.

기재부와 금융위를 제외한 여타 관계부처들도 구조조정 문제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까딱하면 덤터기 쓸 수 있다'는 관가 보신주의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은 칼에 피를 묻혀야 하는 작업인 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책임지는 결정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는 '변양호 신드롬'이 만연한 것이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공동대표)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로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약 10개월의 옥고를 치른 바 있다.

◇경기활력강화도 뾰족한 수 없어 난감

경기에 활력을 더하는 적극적인 거시정책 없이 산업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출이 여전히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경기를 지탱하던 내수마저 약발이 다 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경기에 불을 지피기 위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사실상 상반기는 재정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떠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 성장세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반기에 재정 조기집행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으로 경기를 지탱하는 힘은 떨어질 것이란 게 KDI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쓰기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만큼 뚜렷한 하방 요인은 없는데다 여소야대 정국에선 국회 통과도 어렵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험분야 재정을 고려하면 함부로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도 없다.

지난해부터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단기대책들을 꾸준히 내놔 쓸 만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개소세 인하 연장과 같은 단기 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성태 부장은 "내놓을 카드도 마땅치 않은데다 자꾸 단기 대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판단"이라며 "당장 심각한 하방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 주도 대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고 말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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