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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템플턴운용, '구조조정' 삼성重지분 대량 매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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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템플텐, 지난해 대우조선 이어 이번에 삼성중공업 매수

증권업계, 당분간 업황 개선 불투명해 템플턴 의도 파악 어려워
"조선업 불확실성 높아 구조조정·업황 구름 걷힌 후 투자해야"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템플턴자산운용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대량 취득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미국계 대형 투자회사인 프랭클린템플턴 투자그룹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 기업 가치에 중점을 둔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 템플턴운용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매수한 데 이어 올해도 삼성중공업을 사들이면서 장기적으로 조선업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업황 악화로 조선·해운업계가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당분간 주가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 30일 삼성중공업의 지분 5.13%(1183만4508주)를 획득했다고 공시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경영에 영향을 미칠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향후 삼성중공업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및 세계은행의 기업지배구조원칙이나 국내 기업지배구조기본원칙 등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소수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직접 투자대상 기업의 이사를 지명할 의도는 갖고 있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적임자라고 판단하는 이사 후보자를 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템플턴운용의 주식 매수 소식에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7.55% 오른 9540원에 마감했다. 삼성중공업은 장중 12.74%까지 오르면서 5월 초 이후 1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템플턴운용이 가치주에 장기 투자를 하는 운용사라는 점에서 개인들이 추격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템플턴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 지본을 기존 5%에서 5.21%로 늘린 바 있다. 당시 주가는 7000원대였지만 전날까지 4230원으로 내려앉으면서 현재까지 투자 성적표는 좋지 못하다. 다만 템플턴이 삼성중공업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날 13.99% 오른 4890원에 마감했다.

증권사 조선 담당 A 애널리스트는 "템플턴운용이 작년에 대우조선해양을 샀는데 실패했다.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만큼 한두 해를 보고 사는게 아니라면 언제 들어가든 들어갈 수 있고, 매수 전략이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 여름까지는 구조조정 문제나 캐파 조절 등의 실적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B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수주 회복도 없고 삼성중공업을 둘러싼 상황 변화가 전혀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할 확률이 높지만 언제 삼성중공업을 매수할 지를 놓고는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서 미리 사놓고 기다리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이나 업황 개선 등 구름이 걷힌 다음에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며 "템플턴자산운용이 지난해 9월에 대우조선해양을 7000원대에 들어가서 손실을 봤다. 꼭 맞는 것도 아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장기 투자 측면에서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조선·해운업종 경기가 최악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템플턴자산운용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주식 투자 주기가 짧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당분간 구조조정 진행과정이나 업황 개선 등을 살피는게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C애널리스트는 "해운업종 자체는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발주도 예상하기 어렵다. 전세계 해운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경기 개선인데 전망이 좋지 않다"며 "현재로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구조조정 초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줄어들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향후 주가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것일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A 애널리스트는 "업계 산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산업은행이 헐값에 매각할 경우 나중에 특정기업에 헐값 매각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정상 가격을 주고 팔려면 현실적으로 아무도 안 살 것"이라고 밝혔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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