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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자수첩]국민이 납득못하는 구조조정은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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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5월26일부터 행사장이나 이동 중에 별도의 인터뷰를 하지 않을 예정이오니 협조 부탁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취재기자들에게 뿌린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는 금융위원장을 자주 만날 수 없는 금융당국 취재기자들로선 행사장에서 만나 수시로 물어보기 마련이지만 금융위는 앞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기자단 항의로 금융위는 “행사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인터뷰 시간 등은 일부 제한될 수 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다시 발송했다. 행사장 인터뷰를 대국민 구조조정 브리핑 무대로 적극 활용했던 역대 정부와는 달리 제한적으로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중소도시 인구는 족히 될법한 국민의 삶과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구조를 뒤바꿔놓는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을 정성스럽게 설명할 의무를 방기하는 태도가 마뜩찮다.

당국의 비밀주의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회사채 개인 투자현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과정에서도 엿보였다. 특정 기업 회사채의 개인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정보가 있으면 시장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개인들이 나타날 확률이 커지고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도 다소 힘겨워질 수 있다는 예측을 해볼 수 있다. 당국은 “개인 투자 비중을 확인해 보니 불완전판매를 우려할 사항은 없다. 왜 언론에 자료를 공개해야 하느냐”라는 식의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의심은 더욱 증폭됐다. 동양 사태의 트라우마가 있는 당국이 뭔가 숨기려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국민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받았다. 당국 설명대로 불완전판매를 우려할 내용은 없었다. 왜 이런 자료를 숨겨서 불필요한 의심을 키우는 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지휘한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매주 주기적으로 기자실에 내려와 구조조정 상황을 브리핑했다. 그는 “기자 100명과 관료 50명, 150명이 힘을 합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회고한다.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저축은행 피해자 단체 반발을 정면돌파하고 5000만원 이상의 예금 피해까지 국가가 보상하라는 악법을 막아냈다. 이 모두가 금융당국 수장이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소통한 결과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대주주와 채권자 노동자 정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국민 혈세도 수 조원이 필요하다. 숨기려고 할 뿐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정부의 구조조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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