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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무책임한 구조조정]②'빚이 없어(?)' 구조조정 못 한 홍기택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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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대우조선 질타받고 한 달 뒤 4.2조 지원 결정

재임 3년간 두 회사에 9조 넘게 주고 은행은 3조 손실

(서울=뉴스1) 전보규 기자 = "제가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빚)가 없습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한 말이다. '국책은행 출신들이 관련 민간 기관에 재취업하는 낙하산 관행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홍기택 전 회장은 2013년 4월9일 산업은행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은 마침,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한 날이다. 홍 전 회장의 이 '부채론'은 이때부터 나왔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기존 산업은행 직원들은 그동안 기업과의 관계(부채) 때문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처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썼다.

중앙대 교수였던 홍 전 회장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에도 몸담았다. 취임 전부터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홍 전 회장은 이 '부채론'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넘겨왔다.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인정한 것도 이 '빚이 없다'는 논리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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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회의실에서 박 당선인이 홍기택 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3.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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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 전 회장의 재임 기간 산업은행의 경영실적과 STX조선의 구조조정 과정,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확대 등을 고려하면 세간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 구조조정 지연·혈세 증발 책임 뒤로하고 영전

STX조선은 자율협약을 시작할 때부터 법정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3년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기간 STX조선은 계속 영업손실을 냈고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3년 전 자율협약에 들어갈 때부터 법정관리를 주장했던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에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자금지원 불가 의사를 밝혔다. 올해 1월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을 아예 탈퇴했다.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3년간 법정관리 주장을 외면하고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결정은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졌다. 홍 전 회장이 시중은행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STX조선을 비롯한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지연됐고, 자율협약 이후 투입한 4조5000억원이란 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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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구조조정 과정도 비슷하다. 2012년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7900억원, 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손실은 3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9월 국감에서도 대우조선 부실이 커진 데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홍 전 회장은 "재무상황을 점검했지만, 복잡한 프로젝트에 나타난 상황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관리 부실을 시인했다.

국회를 포함한 금융권 안팎에서 분식회계 의혹까지 제기했고, 스스로 정확한 현황 파악이 부족함을 인정했지만, 홍 전 회장은 국감 한 달 뒤 4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대우조선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낙하산으로서 피치 못할 결정은 아니었는지에 의문은 당연하다.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지 반년 만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 조선업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세계 경제를 예상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STX조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 경영 실적도 좋을 리 없다. 산업은행은 2013년 1조4474억원으로 처음 1조원대 순손실을 냈고, 2년 후인 지난해 또 1조원이 넘는 1조895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순이익도 1835억원에 불과했다.

홍 전 회장은 4조원을 넘게 날리고 구조조정 시기만 3년 미뤄진 STX조선,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한 상태로 4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결정한 대우조선, 재임 3년 중 두 번의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산업은행 경영에 관한 책임을 뒤로하고, 올해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해 떠났다.
jbk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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