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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 SKT-헬로비전 M&A>-④ CJ 선제적 구조조정에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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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산업 위기 속에 '선택과 집중' 전략 차질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CJ그룹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케이블TV산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매각 작업이 정부의 심사 지연으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그룹의 주력 부문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던 CJ로서는 예상치 못한 정부의 심사 지연에 속만 끓이고 있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려던 CJ오쇼핑의 미래성장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29일 "한없이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의 지분 53.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은 해외 사업 확대에 비상등이 켜졌다.

홈쇼핑 업계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와 TV 시청률 하락, 해외 직구 등 소비채널 분산 등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그나마 시장 확대 기회가 있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필요한 대규모 '실탄' 확보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한류 확산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이 홈쇼핑 해외 확장을 통한 수출 확대의 적기"라며 "이러한 판단으로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매각에 차질이 빚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승산이 있는 분야에 '올인'하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던 CJ의 계획은 돌발 악재에 발목 잡힌 꼴이 됐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홈쇼핑의 해외 진출 등 글로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CJ가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붙으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CJ헬로비전 매각이 지연되면서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콘텐츠를 직접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콘텐츠와 커머스가 다양하게 연결되는 시대"라며 "CJ오쇼핑이 매각 자금을 통해 커머스 분야에서 성장하면 CJ그룹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각 대상인 CJ헬로비전의 내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요 기업들은 상반기 공채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CJ헬로비전은 추가 인력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신입 및 경력직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신규사업 투자나 사업 다변화 전략은 사실상 '올스톱' 됐으며 가입자 유치 등 현장 영업도 어려워졌다.

협력사들도 신규사업 추진과 투자가 줄어들면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은 자칫하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에 떨고 있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의 매각을 결정한 것은 케이블 업계가 직면한 산업 붕괴 위기와 무관치 않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케이블TV산업은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

가입자 수가 매년 줄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유료방송시장 점유율도 지속해서 하락하는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방송통신시장은 넷플릭스, 애플TV,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수년간 간과했다가 결국 수조원의 혈세만 낭비하게 된 철강·해운·조선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자발적 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정부 정책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만약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앞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간 자발적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수직계열화가 아닌 주력 부문에 집중하려는 CJ의 전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어떤 판단이든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그래야 민간 부분의 효율성도 증대된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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