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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 두고 채권단·금융당국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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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최정희 기자]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이 확정되면서 성동조선과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도 좌불안석이다. 내년까지 버틸 유동을 확보한 가운데 적지만 영업이익도 내고 있어 회생 가능성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조선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수주 절벽’에 가로막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심사)에서도 조선사들이 신규 수주 부재로 유동성이 막히는 상황을 가장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이들 중소형 조선사의 운명을 가를 구조조정의 방향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STX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당분간 버틸 여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 수주 절벽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한발 빠른 법정관리나 청산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주목…금융당국 “신속한 구조조정”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재무와 경영상태를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가 아닌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이번 조선업이 처음이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수주절벽이 지속한다는 가정하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금융당국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지만 전적으로 채권단에게 다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성동조선, SPP조선 등의 재무상황도 직접 들여다보고 하루빨리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성동조선의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더라도 구조조정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금융당국과 채권단 간 견해 차가 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던 것처럼 성동조선도 방향이 그러하다면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STX와 상황 다르다…버틸 여력 충분”

금융당국의 뜻과는 달리 채권단은 이들 조선사가 당분간 버틸 체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신규 수주가 관건이지만 당장 청산이나 법정관리까지 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은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배가 인도되면 선수급보증(RG) 문제도 해결도기 때문에 당장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STX조선은 유동성이 고갈된 상황에서 당장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성동조선은 수주잔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운영자금이 확보돼 있다”며 “STX조선과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은 2010년 3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자율협약 개시 후 성동조선은 1조6000억원의 출자전환과 3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72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기로 했고 이 가운데 2200억원이 남아 있다.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협약을 맺어 위탁경영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규 수주가 없더라도 현재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내년 10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60척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51척으로 줄었다. 최근엔 40척 가량 남았다.

SPP조선에 대해서도 그는 “1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신규 수주 없이 내년 1분기까지 남아 있는 선박을 다 짓고도 남는 수준”이라며 “자금 부족으로 만기 어음 결제를 못 해 부도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SPP조선은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절반가량을 감축했고 조선소 3개 중 54척을 지을 수 있는 조선소 2개를 이미 폐쇄했다”며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에는 시장에서 살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조선의 상황이 그나마 나은 상태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정상화 의지가 크다. 대선조선의 수주잔량은 17척으로 2018년 8월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소형 선박 6척을 추가로 수주했다. 특히 상선부문 설비를 줄이고 여객선 분야에 특화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국내에서 소형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로 여객선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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