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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구조조정 파고넘는 중소해운사①]법정관리 졸업한 팬오션ㆍ대한해운 ‘패자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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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 등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대한해운이 성공한 구조조정 사례로 꼽히며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으로 해운사의 대규모 파산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내 벌크선사는 높은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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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ㆍ대한해운…‘먼저 매 맞은 기업’의 여유?=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지난 2014년, 2015년 각각 2160억원, 22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해운도 같은 기간 983억원, 8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들보다 매출규모가 5배 이상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소폭 흑자를 내거나 적자로 돌아선 것과는 대비된다.

올 1분기 한진해운(-1155억원)과 현대상선(-1630억원)이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며 구조조정 수술대 위에 올랐을 때도 이들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각각 올 1분기 영업이익 398억원, 112억원을 기록했다.

벌크선 시황을 보여주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200포인트선으로 떨어지며 ‘저시황’임을 입증한 걸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91억원, 179억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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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하더라도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재무구조 상황은 현재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해운업 호황기 때 체결된 고가의 용선료가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두 업체는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구조조정을 거쳤다.

인력 구조조정, 무상감자, 출자전환 등의 고초를 겪었지만, 임차계약 해지를 통해 고액의 용선료 부담에서 벗어났다.

이후에는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보장하는 장기운송계약 위주의 벌크선사로 거듭나면서 이익을 냈다.

대한해운은 2011년, 팬오션은 2013년 법정관리가 시작된 이후 2년여 만에 법정관리 졸업생이 됐다.

이재윤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대한해운은 SM그룹,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각각 인수되면서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고 장기운송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해운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장기화할수록 이들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 선종을 불문하고 상황이 어려운 만큼 ‘누가 부담을 덜 지고 있느냐’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는 법정관리를 통해 고비용 용선계약에 대한 부담을 모두 털고 나왔기 때문에 현재 업계 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법정관리라는 ‘매’를 먼저 맞고 나온 이들의 재무안정성이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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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벌크선사 우수수…‘빛나는’ 법정관리 졸업생=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크선사가 잇따라 파산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들 기업의 경쟁력은 두드러지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여개에 육박하는 글로벌 벌크선사가 파산 또는 파산보호신청에 나섰다.

여기엔 창명해운의 법정관리신청, 삼선로직스의 기업회생 신청 후 개시 등도 포함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 세계의 벌크선사가 본격적인 정리단계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이 높은 업체로 화주 요청이 쏠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팬오션, 대한해운의 영업프리미엄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공개한 자료에서 한국 벌크선사는 올해 흑자가 예상되는 몇 안 되는 선사로 꼽히고 있다.

흑자를 낼 선사로 차이나코스코시핑 등이 꼽히고 있지만, 다른 선종의 수익성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순수 벌크선사 중에서는 한국선사가 유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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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과 대한해운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팬오션을 느린 업황 회복의 최대 수혜주로 꼽고 있다.

BDI 300대에서도 흑자를 내는 동시에 최저 시황에서도 영업량을 늘리는 업체라는 점에서다.

아울러 대한해운도 영업량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이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들 벌크선사는 올해 안정적으로 영업도 늘리고 스팟 화물운송계약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관리에서 ‘살아남은 자’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벌크선사의 순항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이 전체적으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일부 업체가 상대적으로 낫다고 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개별 업체가 비용 구조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영업을 잘하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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