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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기자수첩]구조조정 수단으로 변질된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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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철강과 조선 등 지난 수 십년간 국내 경제를 이끌어왔던 `굴뚝산업`의 주역들이 하나같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인수·합병(M&A)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M&A 시도가 실패하는 사례도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M&A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등 회사가 파산하기 일보 직전에 실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매도자와 매수자간 매각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회사에 쏟아부은 자금과 시간이 있어 사전에 정해놓은 가격보다 싸게 팔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매수자 입장에서는 거의 다 망해가는 회사를 사주는 것도 감지덕지한 데 예상보다 가격이 높다 보니 사려고 하다가 마음이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양측의 의견 차이로 인수합병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골든타임은 거꾸로 사라져 결국 회사가 파산의 길을 걷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애초 M&A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들의 경우 잘 나갈 때는 기업공개(IPO), 어려울 때는 M&A를 선택한다. 즉 IPO는 투자인 반면 M&A는 구조조정과 같은 의미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우리나라 투자금 회수시장내 IPO 비율은 98.1%에 달했던 반면 M&A 비율은 1.9% 그쳤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M&A가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트워킹 하드웨어, 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판매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시스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스코는 1993년부터 2000년 사이 120여 개의 M&A 거래를 성사시켰고 그 기간 주가는 약 70배 급등했다. 올바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먼저 M&A가 최후의 회생 수단이 아닌 선제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또 사전에 기업들이 M&A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지원을 통해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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