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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기업구조조정 연쇄충격파…'발등에 불' 떨어진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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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은행 취약업종 익스포저 20조…정부·한은 지원 불가피

다음 타깃 철강·건설 비중 큰 시중은행 충당금 부담 확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정부가 조선·해운업을 필두로 철강과 건설, 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은행들의 연쇄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 적용과 맞물려 그간 취약업종에 막대한 여신을 공급해 온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충당금 폭탄을 맞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첫 타깃이 된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한진중공업(097230) 현대상선(011200) 한진해운(117930) 창명해운 등 조선·해운업체 5개사에 대한 은행권의 신용공여 익스포저 규모는 4월19일 현재 총 26조4000억원에 이른다. 특수은행 5개사의 익스포저가 23조1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수은과 산은이 떠안고 있는 익스포저가 대부분이다. 이달 기준으로 수은의 5개사 관련 신용공여액이 약 12조9000억원, 산은은 7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한국기업평가는 정상이나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된 수은의 익스포저를 고정(충당금 적립률 20%)과 회수의문(충당금 적립률 50%)으로 재분류하면 각각 1조2000억원, 3조2000억원의 추가충당금 적립이 필요하고 같은 기준으로 산은 역시 9500억원, 2조6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입은행은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저하돼 있어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산업은행도 조선업 수주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은의 경우 익스포저를 고정 또는 회수의문으로 다시 분류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내년 1월1일 이후 최소준수자본비율인 9.25% 밑으로 떨어진다. 수은은 국책은행으로서 해외 건설과 선박 등 주요 수출 산업과 각종 해외 개발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담당한다. 수은의 지급보증 능력이 떨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나 국가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지원을 통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에 한국은행이 대출 방식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과 직접 출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실효성 논란과 반발 여론 등이 장애물로 꼽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정부와 한은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국책은행에는 못 미치지만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업종 관련 익스포저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1개 일반은행의 5대 취약업종 관련 여신 비중은 평균 10.4%다. 그중 부산은행(19.6%)과 경남은행(17.5%)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반은행은 조선·해운업종보다 철강·건설업종 관련 익스포저가 더 많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만 봐도 5대 취약 업종 익스포저 가운데 철강·건설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내외를 차지한다. 조선·해운에 이어 철강·건설업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있는 대출과 관련해 이미 충당금을 쌓았고 향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NICE신평은 “현재까지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해 산은과 수은 등 특수은행이 여신 지원을 해왔으나 부실 업종이 더욱 확산될 경우 BIS자본비율 유지 부담으로 추가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는 일반은행의 재무안정성이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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