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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재출범 7개월 유암코, 구조조정 시장서 제역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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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M&A·구조조정 대상 기업 확대 등 통해 '메기' 역할 기대감

유암코 "활동 영역 넓히며 전문회사로서의 역할 할 것"
채권은행과 갈등, 부실기업 인수 성과 미미하다는 평가도
시중은행 "초기 실적 의식해 다루기 쉬운 기업만 고르려 해"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기업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지난해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재출범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 유암코가 부실채권 및 주식 인수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정체성과 업무 영역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유암코는 선박용 기계 제조업체인 오리엔탈정공의 채권인수를 마무리 짓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또 코일 전문업체 영광스텐과 휴대용 배터리 보호회로 개발업체 넥스콘테크놀로지의 채권단과 채권 인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록 고배를 들긴 했지만 최근에는 중견 건설사인 동부건설 인수를 놓고 국내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부실채권(NPL) 관리회사였던 유암코는 지난해 10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은행 8곳의 출자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재탄생했다.

유암코는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를 설립해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유암코, 채권은행, 민간자본이 사모펀드에 참여해 특정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설립 당시만해도 비교적 소규모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부실기업이 늘어나며 유암코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매출 1000억~1500억원 내외의 중견기업 구조조정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매출 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워크아웃 전의 중소기업, 회생기업의 정상화 지원 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유암코는 또 기업은행과 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어 자율협약 등 워크아웃 이전 단계에 있는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최근 조선·해운업 등의 부실이 부각되며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아직 초창기이긴 하지만 유암코가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새로 태어난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설립 초기 단계인 유암코는 차근차근 투자 회사를 늘려가며 새로운 구조조정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투자사례와 성공사례를 쌓으면 유암코가 민간 주도 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암코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면 채권은행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유암코가 이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통보한다거나 구조조정 효과가 크지 않은 '편한' 기업만 고르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암코는 은행들이 처리하기 힘든 악성 부실기업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 구조조정 전문회사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라며 "그런데 지금은 초기 성과를 의식한 탓인지 채권은행들이 넘길 이유가 전혀 없는 다루기 쉬운 기업들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암코가 출범 후 지금까지 채권인수를 마무리 지은 부실기업이 단 한 곳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유암코가 투자대상으로 선정한 기업들은 모두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업체로만 채워졌다.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암코는 지난해 9월 매각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으면서 영구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채권단을 비롯한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혁신적인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역대 경제부총리·장관 간담회에서 "지금 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든 유암코는 자본력이나 전문성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민간 기업의 구조조정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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