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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은행 지준금 52조 사상최대…구조조정發‘돈맥경화’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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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등 여파 마땅한 투자처 못찾아

단기부동자금 930조 유령처럼 떠돌아

되레 지준금 부담만 키우는 꼴

은행권 구조조정대비 충당금 11조필요

대출심사 강화로 기업들은 자금절벽

회사채도 초우량기업만 소화 양극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돈인 지급준비금이 사상 최대인 52조원에 육박했다.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지만 대부분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역대 최대인 930조원이 넘는 단기 부동(浮動) 자금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잠시 은행에 맡기는 단기 자금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 은행 지준금 부담만 키우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다고 해서 기업들이 끌어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운ㆍ조선업종 구조조정 칼바람에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기업들은 당장 ‘자금 절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권에서 유동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초우량ㆍ고금리 회사채만 소화되고 있어 이것마저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이처럼 유동성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구조조정발(發) ‘돈맥경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저금리에 단기자금 급증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도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연 1% 미만인 초저금리시대, 장기간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없다 보니 돈이 현금이나 단기예금 형태로만 머물고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통화의 2월 평균잔액(원계열)은 80조2492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 평잔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기 2년 미만인 정기 예ㆍ적금 상품도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2월 평잔은 901조2345억원으로 한 달 사이 무려 5조4319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사상 최대인 183조7913억원으로 불어났다. 수시입출식예금 역시 443조973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세를 보였던 머니마켓펀드(MMF)는 올해 증가로 돌아섰고, 2월 71조3976억원까지 늘었다.

헤럴드경제

지준금 52조 육박…은행들 “지준율 낮춰야” =단기 부동자금 증가의 여파로 은행 지준금도 늘고 있다.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 단기성 예금에는 가장 높은 지준율(7%)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단기예금의 경우 고객이 원할 경우 즉시 내줘야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항상 준비금 형태로 준비해야한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실제지급준비금(평잔)은 2월 현재 51조8358억764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이다.

실제지준금은 은행들이 현금으로 보유하는 시재금과 무이자로 한은에 맡겨야 하는 지준예치금으로 나뉜다. 시재금은 2월 기준 8조4227억9580만원으로 지난해 3월(8조4901억2170만원) 이래 11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준예치금의 경우 43조4133억2550만원으로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43조5504억5570만원)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예금이 상시 준비금 형태로 묶이다 보니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하는 은행들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주요 조선ㆍ해운사들에 대한 은행권 부채는 68조5188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 1순위인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5개사에 대한 부채만 26조2339억원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이 1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시중 은행장들은 지난달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요구불예금의 지준율을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저금리→단기자금 증가→지준금 증가ㆍ은행 수익성 악화→은행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요구다.

대출 깐깐해지는데…기업들 자금경색 우려 =조선ㆍ해운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들은 기업 대출에 깐깐해지며 돈줄죄기에 나섰다. 실제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3월에만 1조5000억원 감소하며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올 1분기 -6에 이어 2분기에는 -9로 악화될 전망이다.

대기업은 2분기 -13으로 2013년 3분기 이래 1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의 값이면 대출심사를 강화하려는 은행이 완화하려는 은행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경우 신규 대출은 물론 만기를 연장하려는 기업도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자금줄이 마를까 우려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7조8179억원으로 전월(3조1402억원)에 비해 148% 증가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기대기는 어렵다. 구조조정 여파가 크지 않은 우량채 위주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3월의 경우 일반 회사채 발행액의 86.7%가 우량등급인 AA 이상 채권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까지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돈맥경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경우 당장 운영자금 융통이 쉽지 않아 흑자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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