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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시중은행, 구조조정에 '충당금' 폭탄 우려…자본확충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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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구조조정 가시화된 5개사에 대한 8개 일반은행의 익스포저 3조3000억원

대부분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정상'…재분류할 경우 추가충당금 최대 1조3000억
금감원, 7월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 평가 철저 방침…시중은행 부담 더 커질 수도
시중은행들 코코본드 발행으로 자본확충 나서…신한 3000억원, 하나2000억원 규모 계획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해당 업종에 수천억원 규모의 여신을 공급해온 시중은행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 대출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둬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 대출의 비중이 확대되면 그만큼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고,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당기순이익은 줄어든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가 일단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담이 올해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현재 조선·해운업 중심으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철강·석유화학 업종으로까지 확대되면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당기순이익 감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조조정 추진 조선 해운 5개사에 대한 일반은행 익스포저 3조 규모…대부분 자산건전성 '정상'으로 분류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힌 조선·해운업체 5개사(대우조선해양·한진중공업·현대상선·한진해운·창명해운)에 대한 8개 일반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은행 등)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월 기준으로 총 3조3000억원이다.

한국수출입·KDB산업·NH농협·수협·중소기업 은행 등 5개 특수은행의 익스포저는 23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96.8%(25조6000억원)가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에서 '정상'으로 분류됐다. 시중은행들도 부실 업종에 대한 여신 대부분을 회수 가능하다고 평가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나눈다. 추정손실로 갈수록 회수 가능성이 작아진다. 회수 가능성이 작아 위험도가 커지면 충당금 적립규모도 확대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해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 은행은 통상적으로 해당 회사에 대한 여신을 회수의문 이하로 분류한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회수의문은 대출액의 50%,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정상(0.85%)·요주의(7%)·고정(20%)에 비해 충당금 최소적립률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기업에 대출을 해줄 당시에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출을 해준 것이니 당연히 정상으로 분류했다"며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주채권은행의 판단에 따라 나머지 은행들도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조선·해운업체 5개사에 대한 건전성을 재분류할 경우, 일반은행의 추가충당금 규모는 최소 5000억원(고정)에서 최대 1조3000억원(회수의문)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하나·우리 은행의 추가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는 7월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발표하면 시중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감원은 전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충당금 적립, BIS비율 악화로 이어질라…은행들 코코본드로 자본 확충 나서

충당금을 쌓은 만큼 순이익이 줄어들면 자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비율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양호한 편이다. 시중은행의 BIS 비율은 국민은행(15.81%), 하나은행 (15.3%), 신한은행 (15.0%), 우리은행 (13.5%) 순으로 나타나,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인 10%를 웃돌았다.

하지만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가 도입됨에 따라 2019년까지 평균 11.5%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은행들은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는 등 자본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각되는 성격의 조건부자본증권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지만 다른 채권과 달리 자본으로 인정돼 은행들이 자본확충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3월 2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어디까지 확대되느냐에 따라서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충당금 적립 비율이 커지면 당기순이익이 낮아지기 때문에 올해 남은 분기 은행의 수익성에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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