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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정부, 구조조정 책임론 내세워 국책은행 성과연봉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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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을 주도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업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성과연봉제 도입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이라는 고질적 폐단을 안고 있는 국책은행에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경우 내부 자정능력이 마비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영석(왼쪽) 해양수산부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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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은 10일 금융위원회에서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금융공공기관에게는 인건비·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혹은 보수·예산·정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조기도입 기관에게는 인건비를 0.25~1% 인상하는 반면 도입에 실패한 기관에게는 예산·경비성 예산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원·조직·업무·기능 등에 관한 기관업무 협의 때 경영효율성과 방만경영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경우 구조조정 실패 책임론과 성과연봉제를 결부시켰다. 그는 “두 기관에 대해서는 그간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고 자본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책임론을 지렛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과주의 도입이 곧 자구노력’이라는 금융위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개별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고 근로자 전체 연봉 중 성과급 비중이 금융공기업 중 2위, 1위지만 두 은행의 경영상태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이 1조9000억원에 달했고, 수출입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년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노조는 “관치금융과 성과연봉제가 만나면, 국민의 세금에서 조달된 한정된 자원의 공정한 지원과 분배가 핵심인 정책금융기관에서 부당한 관치압력을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내부 자정능력은 상실되고 만다”면서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구조조정 위기”라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부 지원을 빌미로 성과연봉제를 압박하는 것은 고용노동부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조선 대기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따른 지원을 받으려면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구체적 내용의 하나로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제시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 반대 공동투쟁 방침을 밝혔다. 양대노총은 11일부터 지도부 천막 농성에 돌입한 후 다음달 18일 서울에서 5만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도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이 지속되면 9월 중에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공대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공공기관별로 성과연봉제 확산 성과를 보고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공기관에서 불법·탈법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공기관운영법·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송윤경·김지환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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