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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구조조정, 정부가 운전대 잡고 속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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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前 경제부총리에게 구조조정 길을 묻다
16년전 1兆 투입한 대우조선.. 돌아온 건 도덕적 해이
'상시 구조조정' 작동 안해.. 책임 소재 명확히 가려야


파이낸셜뉴스

진념 前 경제부총리

사진=김범석 기자
"16년 전 어렵게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해서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1조원을 증자해줬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건가. 부채가 4000% 될 때까지 산은은 뭘 하고 경영진은 뭘 했나. 상시 구조조정 특별법이 작동을 안한 거다. 참 답답하고 아쉽다. 기본적으로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데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부 다른 데서 내려오고 산은 행장 얘기도 안 듣고, 아주 엉망이다. 대우조선 사외이사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 정치인이 2명이나 내려와 있고 수십명의 자문위원을 고용하질 않나…. 이게 무슨 짓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지난달 29일 기자를 마주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사진)가 쓴소리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부총리를 맡고 있던 2000년 8월, 취임 이후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까지 겪어가며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제정해 어렵게 돈을 모아줬는데 또다시 부실한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한(恨) 섞인 토로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2000년 분리 독립된 대우조선공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31.5%)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19.5%)에 주식의 50% 이상을 팔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가 된 산은은 조선업 호황기를 거치며 배당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

정부는 2001년 초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정을 전제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설득해 1조원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하고 2001년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된다. 이 돈을 투입해 기업 살리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던 사람이 진 전 부총리다. 국회만 가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장관 그만두라"고 압박했지만 정면돌파를 택한 진 전 부총리는 대통령과 여당, 나아가 야당까지 설득해 실탄을 얻어냈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 결과 2000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퇴직임원 등 60명을 고문, 자문역 등 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인 것이 드러났다.

진 전 부총리의 실망은 누구보다 컸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이미 늦었고, 더 늦추면 안될 만큼 시급하고 심각한 이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등 개별기업 문제는 채권은행단이 가리되, 해운.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잡고 가야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채권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채권은행에 만연한 '내가 있을 때까지는 조용히 있자'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지 못하면 상시 구조조정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3년 동안 영업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 그게 책임자들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진 전 부총리는 "원인을 규명하고, 은행이든 개인이든 책임이 있는 곳은 반드시 다 따져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썼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했어야 할 때 하지 못해서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을 제시했다. 진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에 있어 채권은행의 관할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민간 구조조정 컨설팅 전문회사를 활성화시킬 것"을 주장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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