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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구조조정 업종’ 석유화학, 저유가에 웃지만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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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호실적에 2분기 전망도 밝지만 ‘중장기 전략’ 필요

석유화학업계가 지난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다. 석유화학을 5대 구조조정 대상 업종 중 하나로 지정한 정부 결정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업계 1위인 LG화학은 1분기 457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4조8741억원에 달한다. 업계 2위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 47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1%나 늘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LG화학보다 좋다.

경향신문

이들이 좋은 실적을 올린 배경은 저유가다. 저유가 기조가 적어도 2017년 초반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분기 전망도 밝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금호석유화학·대한유화 등 국내 5대 화학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8.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설비투자에 따른 과잉공급으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품목 자급률은 2012년 70.7%에서 2014년 79.1%로 높아졌다. 2017년에는 83.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합섬원료인 테레프탈산(TPA)의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TPA는 페트병이나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로 쓰이는데, 범용 제품이다 보니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 중국은 2012년에만 총 1200만t 규모의 TPA 생산 설비를 증설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통계를 보면 2011년 국내 업체들은 연간 663만t의 TPA를 생산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62만t을 수출했고, 국내 수요도 304만t에 달해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수출이 231만t으로 급감했고, 국내 판매도 251만t까지 줄었다. 국내 TPA 생산 업체들은 2012년부터 누적적자만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업종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TPA 생산설비를 약 30%(약 150만t) 감축해야만 수익성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생산량 감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연간 200만t 생산능력을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은 4개 라인 중 1개 라인의 가동을 정지해 올해 160만t만 생산할 예정이다. 18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삼남석유화학도 2개 라인을 정지해 120만t 규모로 줄였다. 태광산업은 생산목표를 예년의 100만t에서 90만t으로 낮췄다.

64만t과 42만t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전량을 자체 소화하고 있다. 감축량 자체는 110만t 규모로 정부의 감축 계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구조조정 및 수출 다변화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되고 있다.

TPA 생산감축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단기적 과제라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는 장기적 과제다. 저유가 기조 속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2017년까지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유가가 오르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지금 당장에는 시장성이 부족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선제적인 체질개선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 등 제품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범용 폴리염화비닐(PVC)의 내열성을 향상시킨 고부가 CPVC 시장에 진출했다. 코오롱, 효성, 금호석유화학 등은 초경량·고강도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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