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뉴스분석] 오락가락 사령탑… 길 잃은 구조조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주춤

세계일보

'


한국경제 화두로 떠오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작업이 덜컹거리고 있다. 사령탑격인 재정과 통화정책 수장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흘이 멀다하고 오락가락 발언을 내놓고 있다. 거대한 부실을 초래한 원인과 책임자 처벌 논의가 뒷순위로 밀리다 보니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여의치 않다. 실업 대란이 현실화했지만 정부는 눈에 띄는 적극적 실업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가 산으로 가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협의체가 첫 회의를 연 직후 속도가 붙을 듯하던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재정·통화 당국 수장들이 조선·해운 구조조정 재원마련 방법과 절차 등을 놓고 ‘이랬다저랬다’식 발언으로 혼선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세계일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위쪽)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마치고 지난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현지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독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출자보다 대출이 적합하다”고 여전히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2009년 조성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지난 2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던 태도와 사뭇 달라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독일 출장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검토할 수 있다고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세계일보

정부와 한은, 정치권 등에서 백가쟁명처럼 쏟아지는 주장을 정리해야 할 사령탑들이 되레 혼란을 부추긴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소 5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될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작 이 부분이 소홀히 취급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보다는 부실 기업과 국책은행, 관계 당국에 대한 분노가 더 들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일보

실업대책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량 실업 우려에 실업자 전직 훈련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노키아 구조조정에서 시행했던 ‘노키아 브리지 프로그램’이나 미국 정부가 500억달러를 쏟아부은 제너럴모터스(GM) 구제금융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키아 브리지 프로그램은 500일간의 실업수당 지원과 185일간의 취업프로그램 보조금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인력을 재출발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