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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부실 도려내랴 경제 충격파 막으랴.. 구조조정 선봉에 선 산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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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구조조정팀 집중 조명
대우重·LG카드·STX 등 기업 구조조정의 산 역사
산업 연착륙 책임도 있어.. 무작정 돈 회수는 어려워
두산重 성공.. STX 실패, 구조조정 평가도 엇갈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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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은행으로서 경쟁력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저렴한 자금으로 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국책은행 특성상 산업은행은 (부실 우려) 기업에서 자금을 쉽게 빼기 어렵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바로 회수하면 그 기업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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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이다. 국가 산업 육성을 위해 출범한 산업은행은 지난 1960년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에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고도성장이 끝나고 산업재편이 불가피해지면서 산업은행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것과 함께 기존 산업을 구조조정해 우리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는 그래서 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입장만이 아닌 우리 경제 전체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자금을 바로 회수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도 정리시키면 그만이지만 산은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기업서 산업으로

산은 구조조정팀은 한국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진행토록 하고 이에 대한 감독기능을 담당했다.

산은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중공업, 금호생명, LG카드, STX조선해양, 금호산업, 팬오션, 동양그룹 등 굴지의 기업 구조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상황에 따라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회생불가능한 부실기업은 퇴출시켰다. 회생가능기업은 기업개선작업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진, 노조는 물론 금융기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를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산은은 또 새로운 구조조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2000년에는 론스타와 기업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했고, 2002년에는 자산관리회사 코람코를 설립하기 앞서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인 코크랩 제1호(CR REITs)를 세우기도 했다.

최근 산은은 대우조선, 현대상선 등과 같은 조선.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과거 구조조정이 '기업' 단위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산업' 단위로 범위가 커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산은 구조조정팀 임원을 지낸 인사는 "1990년대부터 경제규모가 커지고, 2000년대 중국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며 "응급처치를 해 기업을 살리고 시장에 내놔도 과거처럼 기업이 시장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고 아니지만 최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구조조정하면서 적기에 매각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치고 대규모 부실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실수를 했다. 대우건설 역시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인수했지만 대규모 평가손실을 기록, 산은의 구조조정 능력에 의구심만 키우고 말았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 및 전.현직 산은 구조조정 담당자, 업계 관계자 등은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이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경험과 능력을 보유한 집단이 산은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담당조직에 대해 시장에서도 산은의 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조정의 경우 크게 국책은행(정부) 주도로 하는 방식과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 있는데 최근에는 산업이 고도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이 두가지가 병행되기도 한다.

산은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켜 비싸게 되팔 수 있다면 PEF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법원 주도 구조조정(법정관리)도 기존 부실기업 채권은 줄여주지만 신규자금 지원 방법은 없어 기업을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청산, 회생 등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곳은 산은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진행한 기업 구조조정 사례에 대한 자체 평가도 엇갈렸다. 산은 출신 한 인사는 해운산업 합리화,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등을 성공사례로 꼽으며 "과거 구조조정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5000원에 진행해 현재 주가가 5000원을 회복한 금호타이어가 최근 성공사례"라며 "하지만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은 큰 자금이 투입됐으나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실패사례로 꼽았다.

■더욱 복잡해지는 구조조정

요즘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5층은 평일 자정은 물론 주말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곳에는 현재 국내 부실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 총대를 멘 산은의 '기업구조조정팀'이 있다. 구조조정 1실은 대우조선, 금호그룹 등을, 2실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을 담당한다.

지난 2009년 당시 금호계열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산은 관계자는 "평일 자정 퇴근은 기본에 주말과 명절(설)을 반납하고 6개월간 단 이틀을 쉬었다"며 "현재 기업부실을 키운 국책은행(산은, 수은)의 '책임론'을 묻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산은의 구조조정팀을 총괄했던 전 산은 관계자는 "과거 구조조정은 어떻게든 기업을 살려놓으면 경기가 회복돼 살아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구조조정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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