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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조선ㆍ해운은 30년째 구조조정中 ①]업황 비전 없는 숫자놀음에 반복되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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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정부가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을 위해 내달말까지 국책은행에 5조~10조원의 자본확충을 추진중인 가운데, 수십년 째 변하지 않는 구조조정 방식이 부실 재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 환경과 시기의 변화에도 자산매각, 자금지원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있고, 구조조정 업종에 대한 비전 제시와 전문인력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인 구조조정방식이 주기적 부실과 막대한 자금지원의 반복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숫자에만 혈안, 전문가ㆍ재편 비전 없어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 방식은 낯설지 않다. 멀게는 30여년전인 1980년대, 가장 최근에는 2009년에 이미 동일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운은 1970년대 터진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1980년대 장기불황시기를 맞았다. 해운의 위기가 더 빨리 왔다. 1983년 이후 해운산업은 업황 부진과 업체 난립으로 과당경쟁이 이뤄지며 경영난에 빠진 회사들이 줄을 이었다. 공급과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조치를 통해 기존 63개 해운선사를 17개로 통폐합했고 참여업체엔 상환유예,신규자금 등 금융지원과 세제감면 혜택을 줬다. 1990년까지 지원된 금융지원만 약 2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조세감면 혜택도 142억원에 이르렀다.

업체들도 비주력 계열사 매각ㆍ부실 계열사 정리ㆍ부채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이후 1988년이 되자 해운운임이 상승하며 해운업은 구조조정 효과가 발휘되는 듯 했다. 하지만 효과는 채 20년도 가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오면서 또 다시 해운업종은 불황을 맞았고 2009년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정부에서 채권단으로 구조조정 주체가 바뀐 것 외에 구조조정 방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되레 채권단의 책임회피 경향으로 구조조정은 지연됐다. 그리고 10년 후 해운업은 또 다시 구조조정을 맞이하게 됐다.

조선업도 해운업과 비슷한 수순을 거쳐왔다. 1987년 정부의 ‘합리화 조치’가 단행되면서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 인천조선(현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는 자금지원 및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후 조선업계는 ‘세계 1위’의 명성을 얻게 됐지만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다.

도돌이표 방식에 반복되는 위기 =위기가 주기별로 계속되는 데는 시대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묵은 구조조정 방식에 있다. 산업변화 속도는 빨라졌고 기업상황도 이전과 다르지만 여전히 30년 전 구조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그룹이 아닌 정부와 채권단 간 양자택일의 구조조정 방식은 위기의 재발을 부추겼다.

1980년대 이뤄진 조선ㆍ해운의 합리화 조치는 산업 자체보다 정책적 고려가 우선됐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80년대 해운업을 정리 했는데 그 후로 해운업이 해외로 나가면서 조선업의 경우 국내 수요가 거의 없게 됐다”며 “일시적 과잉투자 부분까지 만성 중복투자로 몰고 간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부작용은 있다.

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은 기업회생 보다는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 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기업 회생과 산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채권단 구성이 복잡해진 것도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의 한계점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 업종에 대한 재편 비전도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무조건 자산매각을 통한 몸집줄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의 기업 구조조정은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산업 재편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데, 각 부처간 이해관계가 달라 신속한 구조조정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박사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민간의 자금공급능력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부실채권(NPL)시장이 성숙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참여할만한 헤지펀드, PEF(사모펀드)도 거의 없다. 매번 막대한 자금퍼주기 논란을 피하려면 자본시장 육성에 대한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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