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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직접출자 아닌 대출로 구조조정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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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역할론'에 '원칙론'으로 맞선 이주열 총재
국책銀 출자엔 난색.. 손실 최소화 원칙 어긋나
간접지원하는 방안 검토
자본확충펀드 대안 제시
시중은행에 채권 담보로 대출해주는 방식 검토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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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독일)=박소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돈'을 찍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라는 '한은 역할론'에 대해 '손실 최소화 원칙'으로 맞섰다. 이 총재는 "담보 없이는 발권력 동원이 어렵다"면서 사실상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의 사례로 자본확충펀드를 들었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때는 반드시 준수해야 할 책무와 원칙이 있다"면서 "불가피성이 납득돼야 하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거론한 손실 최소화의 원칙이란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을 원금에 가깝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발권력 동원의 전제요건으로 회수가능한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는데 손실을 허용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 "오죽하면 (한은법에) 담보도 국채, 정부 보증채만 잡을 수 있다고 했겠나. 비상시 국가자산을 투입할 수는 있지만 절대 손해를 보지는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한은 발권력 동원의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는 바로 이 손실 최소화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직접 출자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과 관련, "자본확충펀드는 은행에 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회수가 확실한 담보를 잡는다는 점에서 한은의 손실 최소화 원칙에 부합한다"고 이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담보가 없는 출자와 다르다.

이 총재는 이어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봤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구조조정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FRB가 AIG, GE 등에 특별융자를 하는 과정에서도 '손실 최소화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출자는 회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FRB는) 주로 출자보다 대출 형태를 취했다"면서 "AIG에 대출을 해주면서는 AIG 전 재산을 담보로 잡았다"고 했다.

이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 관련,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한 데 대해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본다"고 재차 평가했다. 그는 "유 부총리께서 국회와 소통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하신 말씀은 아주 적절하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들어가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양적완화란 표현은 하지 말자. 난 도저히 그게 뭔지…"라면서 "최근의 기업 구조조정 논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이라는 단어가 맞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한은에 건의한 지급준비율 인하와 관련, 이 총재는 "지급준비율은 통화정책의 한 수단이니까 다른 정책수단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우면 생각해봐야 하지만 선제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회사채 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s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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