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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칠라…신속한 실탄확충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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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발권력 동원에 신중…"출자 대신 대출" 제시

연합뉴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구조조정을 실기하지 말자며 단시간에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부가 할 방법들이 있다"며 "빨리 돈이 구조조정에 투입될 수 있도록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발언은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출자나 국책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매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국책은행(수출입은행) 출자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달리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국민의 세금을 쓴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어 정부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은 수출입은행의 지분 13.1%를 가진 2대 주주로, 수출입은행에 한국은행이 추가 출자하려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만 거치면 된다.

다만 산업은행에 대한 출자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한국은행법이나 산업은행법을 개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국책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를 한은이 사들이는 방안도 단시간에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의 하나로 거론된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산업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자본을 확충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을 떠안을 여력을 갖추게 된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여러 방안이 논의선 상에 오른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협의체는 4일 처음으로 만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식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당사자의 엄정한 고통 분담, 국책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법은 상반기 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발권력 동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협의체가 자본확충 방안에 합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만한 타당성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이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이견이 좁혀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한은은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대신 이 총재는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며 2009년 운영된 적 있는 자본확충펀드를 그 방법의 하나로 언급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거나 코코본드를 매입하는 방식보다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대출이 손실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보다 안전한 방법이다.

한편 같은 회의 참석차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구조조정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야당이 추경에 협조할 뜻을 밝힌 데 대해 유 부총리는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며 "야당도 설득해야 하고 추경 요건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받아주시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수차례 말했지만 재정과 통화의 적절한 조합을 찾자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그간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추경을 편성하겠다던 유 부총리의 지론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추경 관련해 이전에 한 언급과 비슷하게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며 "(추경과 관련해)진행 중인 게 없다"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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