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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Health Trend] 6㎏ 보조기구 입자 `낑낑`…"신발장 앞 낮은의자 놓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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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인' 체험해보니

매일경제

서울 노인생애체험센터 체험관에서 안영자, 박용우, 김희정, 김은옥 씨 등 참사랑요양병원 실습생들이 안경 등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노인생애체험센터]


가정의 달 5월, 나흘 황금 연휴의 끝은 어버이날이다. 이날만이라도 늙으신 부모님 건강을 살펴드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그분들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산하 노인생애체험센터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06년 개관한 이래 10년 동안 5만여 명이 참여했다.

80세 체험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근력 약화 효과를 위해 팔목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다. 어깨와 양팔, 양쪽 다리에는 뻣뻣하고 굽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보조기구를 입는다. 6㎏ 상당의 옷을 입으니 팔을 들어올리거나 허리를 굽히는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찼다. 황반변성과 녹내장, 백내장 상태가 혼합된 안경을 쓰니 시야는 평소의 10~20% 정도로 좁아졌다. 여기에 청력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헤드폰까지 쓰면 노인들이 사는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노인생애체험센터 프로그램에서는 교육을 위해 헤드폰과 지팡이는 제외됐다.

체험은 잘 꾸며진 가정집에서 생활해보고, 휠체어를 사용해 외부로 나가는 것으로 구성됐다. 현관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130g짜리 초경량 실내화를 신으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서서 허리를 굽히느라 한참 낑낑거렸는데,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의자를 권해준다. 앉아서 신발을 신으니 한결 편했다.

심순자 노인생애체험센터장은 "신발장 앞에 간이 의자를 놓으면 노인들이 훨씬 편하실 것"이라며 "대부분 프로그램이 비교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쪽이 노인에게 더 편한지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가스레인지보다는 전기레인지가, 돌려서 여는 문고리보다는 눌러서 여는 문고리가 편했다. 푹신한 소파에서 일어나는 데는 한참 걸렸지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딱딱한 방석을 놓으니 허리나 관절에 부담이 덜했다. 물이 잘 빠지는 목욕 의자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싱크대 등도 노인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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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편한 것은 시야가 좁아진 것과 손의 감각이 무뎌진 것이었다. 앞을 보고 가려니 가구 모서리 등에 자꾸 부딪혔다. 무서워서 발 밑만 보고 걷자니 바로 앞의 장애물이 보이지 않았다.

심 센터장은 "시중가 2만원 정도 하는 안전바 하나만 있어도 잡고 일어나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으냐"며 "어르신들 집에 갔을 때 유통기한을 크게 써서 붙여놓는다거나 무거운 2ℓ짜리 생수 대신 500㎖ 용기로 사용하실 수 있게 준비하는 등 작은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휠체어 체험에서는 계단과 내리막길 등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알게 됐다. 노인을 휠체어로 모실 때에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불안함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전체적으로 신체 기능의 2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체험에 참가한 참사랑 요양병원 실습생 김은옥 씨는 "요양원에 실습 나갔을 때 어르신들이 빨리빨리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내 몸이 마음대로 안 되더라"며 "그분들을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박용우 씨도 "나의 건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노후 대비를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체험을 마친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을 떠올릴 것 같았다. 우리 모두가 맞닥뜨려야 할 노후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정의 달 온 가족 체험으로 추천한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중·고생까지 봉사활동으로 인정된다. 참가자 모두에게 수료증을 발급하며, 교육 시간은 2시간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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