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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업 구조조정]“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돈 빌려 출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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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론회…“발권력 압박은 재정적자 은폐 위한 수단”

유일호, ADB 연차총회서 “구조조정 재원 5조원 넘을 듯”

경향신문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 관련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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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면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정부가 정식으로 한은에서 돈을 빌려 출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 올바른 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출자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책은행 출자는 재정의 영역인 만큼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려 출자하는 것이 정도”라면서 정부의 한은 출자 요구는 “재정적자를 은폐하기 위한 정부의 분식회계”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되면 국가채무로 잡히게 된다.

박 교수는 또 “망해가는 기업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려 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할 경우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기존 기업을 청산한 뒤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원회, 경영 부실에 책임이 있는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 정부 기구가 기업 청산과 채무 변제, 새로운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에 약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최고경영자를 퇴출한 뒤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사례를 예시했다.

박 교수는 특히 “구조조정의 핵심은 실업대책이 돼야 한다”면서 “기업 회생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실업대책 및 지역경제 안정화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미화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변호사)도 “정부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파생될 실업문제”라면서 “줄도산이 예상되는 하청기업들, 노동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제도적 절차와 기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으로 구조조정 자금 5조원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라는 질문에 “5조원 갖고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구조조정 재원이 적어도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인식을 시사한 것이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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