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구조조정 역할 적극 수행"

양적완화 '프랑크푸르트 합의' 나오나
한은, 대출방식 지원 검토.. 유 부총리와 담판 주목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출장(2~5일)에 나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된 소위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한은 발권력 동원에 대한 합의를 전격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한은은 이미 내부적으로 대출방식의 기업 구조조정 '실탄'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는 2일 오전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집행간부회의를 열어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이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된 직후인 오전 10시30분께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일 오전) 한은 총재 발언으로 확인됐듯이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어 "정부와 한은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점, (정부의)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여러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이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 한은이 사실상 '백기투항'했음을 시사했다.

지난 주말 사이 정부와 한은은 치열하게 물밑접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은 게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 같은 발언이 자칫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데 극도의 경계감을 표출했다. 출국 전 이 총재가 직원들에게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발언을 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현재 양측은 한은의 기여분을 놓고 '각론'에서 의견을 조율 중이다. 정부는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 산업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펀드) 인수 등과 같은 직접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나 한은은 직접출자 방식보다는 유동성 회수관리에 초점을 두고 대출 등 간접적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미국이 금융위기 직후 가동한 대출프로그램인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도 검토대상에 올려져 있다. 속도감 있게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처리한다는 정부 방침을 감안할 때 4일 최상목 1차관 주재로 열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를 전후해 두 수장이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전격 회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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