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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종합]한은, 정부와 대립각 접나…이주열 "구조조정 역할 적극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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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기업 구조조정서 역할 수행방안 철저히 점검해 달라"

정부 및 금융당국의 잇단 '지원사격' 요청에 일단 후퇴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서도 충분히 논의해 달라"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 수행방안에 대한 재점검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은의 '지원사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원칙론'으로 제동을 걸면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자 일단 이를 잠재우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집행간부들과 회의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으로 여러차례 밝혀 왔다"며 "당행의 역할 수행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서도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이날 독일에서 4박5일간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간부들에게 전한 당부의 말이 공개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총재가 자리를 비운 기간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차원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간부들에게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 발언을 할 때 관계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동안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며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경우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이날 발언도 표면적으로는 한은의 기본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은이 한국형 양적완화 방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모습에서는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앞서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잇따라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마치 한은이 정부와 금융당국과 갈등 양상을 빚는 것처럼 해석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같은날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인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양적완화를 통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1일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구조조정 재원마련에 있어 유력한 아이디어"라며 "재정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에 이런 내용이 들어간다"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단 이 총재가 갈등 양상을 차단하고 한은의 역할을 다시 점검할 것을 주문하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정부와의 대립각을 접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한은이 정부의 구조조정 재원마련 방안을 어떤 식으로 지원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책은행 재원확충을 위한 방안으로는 한은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직접 출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현금·현물 출자 등의 방안도 논의선상에 올라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총재와 같은 해외 출장길에 오른 유 부총리가 국책은행 재원확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두 수장간의 공식적인 회동은 잡혀있지 않지만 재원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한 상황인만큼 정책 공조를 모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4일 열리는 국책은행의 재원확충 협의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기재부의 주재로 열리는 이날 회의에는 한은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실무진들이 참석한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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