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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자수첩]책임없는 구조조정은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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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기 좋을 때는 오너들이 다 먹더니, 나빠지니까 국민이 책임지라고요?”

최근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을 기점으로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후,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은행원이 건넨 쓴소리였다. 그 은행원의 말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에 달린 인터넷상 댓글의 내용을 보면 구조조정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정부가 부실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손해는 결국 국민이 보는 것’이라는 반감을 키웠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은 기업 부실화에 대한 ‘책임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과 정부, 그 누구도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밟거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역설하는 모습이 ‘따가운 시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진해운이 부실화된 요인으로 ‘용선료’와 ‘경기침체’ 등 많은 요인이 꼽히지만, 이는 결국 ‘경영 실패’로 귀결된다. 미래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경영방침이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실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하지만, 경영진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을 뿐 사재출연을 약속한다든가 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은 자율협약 직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정황상 국민들의 시선들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조선업체 중 1순위 구조조정 업체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다. 특히 재무담당 임원으로 산은 출신 인사가 매번 임명되면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즉, 대우조선해양을 간접적으로 경영해왔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책을 맡았던 이들에 대한 문책인사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 구조조정에서 책임문제가 언급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다시 경영실패는 나타나고,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그리고 기업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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