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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박승 “돈 찍어 구조조정? 양적완화 아냐…국회 거쳐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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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부실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마련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사회의 보편적 목적을 위해서 금고 열쇠(한국은행 돈)를 써야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해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전 한은 총재는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건 ‘금리는 손대지 말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기업 정리자금을 대라’는 말”이라면서 “이것은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완화라고 하는 건 시중에 돈을 풀 목적으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라면서 “지금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조선하고 해운업 몇 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라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행을 ‘금고지기’로 비유해 한국형 양적완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금고를 지키는 기관인데 이 금고 열쇠를 5년마다 바뀌는 정부 권력이 가지고 있으면 여러 가지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독립시켜서 중앙은행이 그 열쇠를 가지도록 한 것”이라면서 “국가 전체에 말하자면 그 사회의 보편적인 목적을 위해서 금고 열쇠를 써야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해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조선이나 해운의 부실이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것은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라면서 “이 문제를 이렇게 다루기 시작하면 앞으로 철강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고 건설 산업이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금고지기 열쇠가 너무 잘못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양적완화가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자금을 결국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주는 건데, 감독권도 없고 인사권도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그 돈을 제대로 쓰는지 그것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이는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국은행 돈은 쉽게 쓸 수 있다는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떳떳한 일이니까 국회를 통해서 정공법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 내 의견”이라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한국은행에 인수 시킨 돈을 쓰면 되는 방법이 있고, 국회에서 추경을 통과시켜서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걸 국회를 안 거치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논의가 생기는 것이지 국회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상황이 일시적인 침체가 아닌 구조적인 침체라면서 정부에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을 주로 써왔다”면서 “단기부양책만 쓰게 되면 일본처럼 20년간 장기 불황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적인 돈풀기식의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의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는 2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한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파장이 확산되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을 반박한 게 아니다.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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