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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업 구조조정 박차]‘양적완화’ 제동에도…정부, 더 세게 ‘한은 발권력’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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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재정·통화정책 조합해 자금 마련” 강조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달라는 정부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야당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에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KBS1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유력한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의 재원 조달 수단으로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보고 있다”며 “(재정·통화정책 중)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작업에 필요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을 전제로 재정에서도 부담을 나눠 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은 주목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한은 발권력 동원은)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은 복잡하다”며 한은이 구조조정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할 때마다 논란이 빚어졌다. 발권력이 특정 분야의 정책금융으로 쓰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한은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산업은행에 3조4000억원을 대출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한은이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2000억원을 추가 대출했을 때도 일반인들이 집을 사는 데 한은이 돈을 찍어내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1992년 도산위기에 몰린 투자신탁사들에 한은이 장기저리자금인 특별융자금을 2조9000억원을 지원할 당시엔 조순 한은 총재가 특융에 반대한 끝에 한은 총재와 경제기획원 장관, 재무장관, 경제수석 등이 국회동의를 전제로 특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도 특정기업을 살리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게 되고 그로 인한 부담은 국민이 져야 된다는 점에서 한은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한은은 돈을 대라. 집행은 정부가 하겠다’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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