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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해운사 구조조정 착수] 정부, 미국 GM식 '민간 주도형 구조조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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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식 구조조정 3대 핵심
1. 정부 경영개입 최소화
2. 정치권 영향력 배제
3. 인력 축소·시설 감축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채권단이 손실을 분담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파산시켜 다시 회생시키는 등 강력한 '민간 주도형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구조조정에는 특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방식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경영개입 최소화, 정치적 영향력 배제, 인원·시설 축소 등 강력한 자구노력 등이 이 방식의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켜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더 이상 관용은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미뤄질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판단, 신속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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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크라이슬러 반면교사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미국이 GM과 크라이슬러를 구조조정했던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강력한 자구노력,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사협력이 전제가 됐다.

2008년 당시 미국은 GM과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기 위해 양사에 174억달러를 지원했다. 그 대신 GM과 크라이슬러는 강력한 회생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또다시 양사가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하자 미국 정부는 사실상 두 회사를 파산시켰다. 두 회사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 파산법원의 허가를 얻어 굿컴퍼니를 신설했다. 뉴GM과 뉴크라이슬러는 그렇게 탄생했다. 미국 정부는 뉴GM과 뉴크라이슬러에 361억달러를 추가 지원했고 양 회사는 퇴직자 건강보험료 기금을 출자전환하면서 자체적인 비용 슬림화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2014년 말 두 회사에 투입된 자금의 90% 이상을 회수했다. 크라이슬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상보다 6년이 이른 2011년에 회수했다. GM과 크라이슬러 역시 내구성을 강화하고 연비를 개선하는 등 자동차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려 단기간에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사례를 감안할 때 해운.조선사가 구조조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설 축소 및 인원 감축, 경쟁력이 약화된 분야 철수 등 강력한 자구책이 뒷받침돼야 하다는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산은 등 국책은행 역할 강화

민간 주도형 구조조정을 강력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조선·해운업에 대한 국내 금융권 익스포저의 60% 이상은 산은, 수은이 보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 역시 "현재 대안은 없다. (산은, 수은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추진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그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오히려 기업 부실을 키우는 데 방관자 역할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 기업에 자사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사장 임명 등에는 정치권이 개입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GM, 크라이슬러가 이른 시기에 정상화된 것은 미국 정부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경영개입을 최소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현재 민간 주도형 구조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국책은행밖에 없는 실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조직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도 현재 산업은행 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성공적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산은 구조조정 조직의 인력을 대폭 늘리고, 외부컨설팅 등 국내 및 해외 전문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 금감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간 정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 추진상황을 지속 점검키로 했다.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관건

현재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은 풍전등화다.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선사에 대해 추가로 강력한 자구안을 제출토록 했다. 대우조선은 추가 인력 감축, 임금체계 개편, 자산 매각 등을 더 강력하게 요구했다. 삼성,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고 주채권은행이 이행 상태를 점검키로 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우선 용선료 협상 관문을 넘어야 한다. 임 위원장은 "채권단 손실분담의 원칙으로 선주들과 사채권자들이 손실분담을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정상화가 결정된 후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박 신조 프로그램' 가동 준비를 완료했다. 또 해운업의 세계 얼라이언스 재편이 이뤄지면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관계기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빅딜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 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위기다. 자율협약 등으로 두 회사가 정상화되면 대주주인 채권단이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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