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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정부-한은, 구조조정 재원 마련 '샅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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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리 "추경 쉽지않아" 한국판 양적완화 두고 고심
한은 "재정의 역할" 선그어 발권력 동원에 민감한 반응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 간 '샅바싸움'이 본격화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구조조정 비용 조달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게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한국은행 윤면식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논의와 관련 "재정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원론적이라는 입장을 전제했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둘러싼 정부와 한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19대 국회 종료를 한 달 앞둔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와 연쇄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기업 구조조정 재원으로 추경을 편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추경 편성 요건에 안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우려가 있거나 경기침체가 발생한 경우'등을 명시한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을 열거하며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진 않고, 조선업 구조조정 때문에 경기가 대폭 침체될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추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반면,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의미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두고 고심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판 양적완화의 실행방식으로는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거나 산은,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유 부총리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식으로 돈을 마련해서 푸는 것으로 (미국·일본과는) 다르다"면서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이라든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정책적 효과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은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해 '재정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으며, 양적완화 시행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면식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서 국책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로 생각한다"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사회적 공감대 및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한국형 양적완화 논의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으나 발권력 동원을 최소화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은행에 충격이 가해져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기존의 중소기업 대상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직접적인 구조조정의 실탄 마련을 기대하는 정부와 간극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음달 4일 첫 회의가 열리는 국책은행 재원확충 태스크포스(TF)에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 주재로 열리는 회의에는 금융위원회, 한은, 산은, 수은 등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원내지도부를 잇따라 방문해 19대 국회 내에서 경제활성화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장민권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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