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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구조조정 중점 둔 '베르너형' 유력.. 美 무차별 돈풀기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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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의미와 과제
여러가지 양적완화
美는 FRB가 국공채 매입, 버냉키식으로 9조弗 풀어
유럽·中은 위험자산 매입.. 질적 완화로 구분짓기도
우리는 부실채권 적극 매입.. 구조조정 산업에 자금 투입
예상되는 부작용
한은 발권력 남용 소지에 산은법 등 법개정 문제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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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강봉균식 한국형 양적완화를 기업 구조조정을 타깃화한 '선별적 양적완화'로 구분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무차별적 돈 풀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양적완화를 △베르너형 △버냉키형 △질적완화형으로 나누고 있다.

이 중 독일 경제학자 리하르트 베르너가 주장한 '베르너형 양적완화'는 구조조정 효과 극대화를 위해 국소부위에 빠르고 제한적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투입하자는 주장이다. 청와대에서 주장하고 있는 양적완화에 가깝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중앙은행의 발권 원칙을 손상하고, 특정산업을 지원해 대외적으로 통상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논란 역시 상존한다.

■"한국형 양적완화, 美 방식과 구분해야"

한국형 양적완화 추진을 주장하는 측에선 일단 양적완화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경제학계에서 말하는 양적완화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특정 산업군에 제한적으로 돈을 풀자는 '베르너형 양적완화' △미국.일본이 단행한 '버냉키형 양적완화' △중앙은행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질적완화'다.

리하르트 베르너 현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양적완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일본 수출산업이 뿌리째 흔들리던 시절, 일본은행(BOJ)이 발권력으로 돈을 찍은 뒤 회사채를 사주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채권(산금채)을 한국은행이 매입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한국형 양적완화가 모델로 삼은 방안과 가깝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양적완화는 '버냉키식'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취한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본원통화를 늘려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특정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재정, 통화 부양책이 다한 상황에서 나온 경기부양책이다. 지금까지 이들 중앙은행이 푼 자금은 약 9조달러에 달한다.

이와는 별개로 중앙은행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질적완화'가 있다. 로저 파머 UCLA 경제학과 교수 등이 주장한 이 개념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위험도 격차를 줄여 위험 선호 심리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부실 회사채를 매입한 바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금도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베르너형과 질적완화 모두 위험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는 같지만 베르너형이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질적완화는 경기 부양이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한국은행에 요구하는 양적완화는 베르너형에 가깝다. 중앙은행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부실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발권력.통상마찰 관건

관건은 부작용이다. 크게 △통화관리비용 증가 △중앙은행 발권력 원칙 훼손 △대외신인도.통상마찰 등의 논란이 남아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서 하거나 특정 기업, 특정 산업을 위해서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정부가 강하게 추진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특정 기업, 특정산업, 특정계층을 위해 동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향후 가계부채, 건설업계 부실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은 발권력을 동원할 소지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은 독립성 문제를 넘더라도 여전히 장애물이 남아 있다. 산업은행법, 한국은행법 등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 설득이 관건이다. 특정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경우 '산업 보조금'에 해당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 산업은행이 한은의 산금채 매입으로 돈을 마련한 뒤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에 사용할 경우 WTO의 보조금 관련 국제협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을 WTO에 제소한 바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조은효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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