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국책銀, 구조조정에 부실화 우려..시중銀은 농협 빼고 영향 제한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대 해운사 법정관리 가도 `충당금` 흡수 능력 충분

문제는 조선사..산은 "조선업 구조조정 따라 자본확충 필요"

농협銀 순익, 4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듯..`충당금`이 관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여신 대부분을 떠안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국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만 13조원의 여신이 물려 있어 자본확충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도 STX 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해운사 등에 여신이 대거 물려 있어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순이익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데일리

◇ 산은·수은, 해운사는 감당 가능..조선사가 문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 STX조선, 성동조선 및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빌려준 여신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자본금 합계의 7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나마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양대 조선사를 제외한 규모로 이들 여신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일단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사 부실에 대한 흡수 능력은 그나마 낫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이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충당금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대현 산은 부행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이미 지난해 반영했고, 한진해운에 대한 충당금도 평균 1조원의 이익(충당금 제외)이 나기 때문에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은도 현대상선에는 여신이 없고, 한진해운도 500억원 정도 있어 충당금 쌓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조선사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만 13조원의 여신이 물려 있는 상태. 더욱이 대우조선은 정상 여신으로 분류돼 있어 그동안 관련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다. 산은은 STX조선의 경우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충당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대우조선 등 빅3의 부실이 심화될 경우엔 자본확충 없이는 충당금을 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부행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거나 조선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은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말 자본금이 8조9000억원인데 대우조선, 한진해운, STX조선, 성동조선 등에 빌려준 자금(선수금환급보증(RG) 포함)은 무려 12조7500억원으로 자본금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대우조선은 ‘정상 여신’, 성동조선은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은 극히 미미한 상태다. 만약 대형 조선사 또는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한꺼번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수은은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남아 있는 자산 등을 매각해 여신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여신에 대해 모두 충당금을 쌓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우조선 등 여신 대부분이 RG라 부실위험은 작다”고 말했다.

◇ 시중銀, ‘농협’만 빼고 충당금 여파 제한적

시중은행들의 경우엔 조선, 해운사의 구조조정으로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많지 않다. STX조선, 성동조선 등 조선사에 대해선 지난해 이미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지면서 충당금을 100% 쌓았다.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고정이하나 회수 의문으로 분류해 이미 충당금을 쌓았다. 한진해운의 경우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이 2000억원 가량의 여신을 갖고 있지만 충당금 흡수 능력은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이 문제다. 농협은행은 국책은행과 함께 STX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를 계속 지원해온 데다 최근 창명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쌓아야 할 충당금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3월말 현재 창명해운에 4000억원의 여신이 물려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도 각각 761억원, 758억원의 여신이 있다. 농협은행은 특히 대우조선(1조5000억원)과 STX조선(7700억원)에 대한 여신규모도 2조원이 넘어 향후 구조조정 향배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지난해말 1조3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올해도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을 350억~4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업재편(신용과 경제사업 분리) 이전에 나갔던 여신에 대한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로도 매년 수 천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충당금을 쌓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용어설명(부실채권)= 금융회사의 여신은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분류되는데, 이중 고정 이하의 여신을 뜻한다. ‘고정’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채권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출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