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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發 돈맥경화 심화]돈줄 마른 기업들 사채시장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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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운 구조조정 한파에 은행들 대출 심사 깐깐

대기업 뿐 아니라 중기 대출도 대폭 축소

3월 회사채 발행 전년比 41.7%↓

기업들 급전 찾아 삼만리…사채시장 노크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1. 31년째 섬유 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대출은행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만기연장 불가로 남은 대출금 60억원 전액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통보였다. 이유는 A씨의 업체가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돼 회수등급인 6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담보가 있으니깐 괜찮다’고 하더니 하루아침에 매출을 거론하며 전액 상환을 요구하니 납득할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 충남지역에서 프로폴리스 원료 생산업을 하는 B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신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로, 생산설비를 위해서는 수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뾰족한 자금마련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실적이 낮아 신용평가사 등급이 낮고 은행들도 실적 위주로 대출금을 산정해 1금융권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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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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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한파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등 돈줄을 죄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창명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STX조선, 성동조선에 이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조선ㆍ해운업계 부실 도미노 우려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만기연장 거부는 물론, 신규대출 받기도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채 시장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비올 때 우산을 뺏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조조정발(發) 돈맥경화’기 심화되면서 멀쩡한 기업까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 “기업대출 줄여…해준 것도 회수” =지난해 말부터 기업 구조조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권은 리스크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고 있다.

대기업 대출은 극감했고, 지난해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치열했던 중소기업 대출도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전체적인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을 줄이고,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이 강화되다보니 만기연장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만큼 업체들 상황을 일일히 봐주긴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1분기 말 대기업여신 비중을 줄줄이 낮췄다.

신한은행의 총 대출금액(원화기준)을 전분기대비 2조원(0.9%)가량 늘렸지만 대기업 대출은 1230억원(0.6%) 줄였다.

KEB하나은행은 원화대출금 중 대기업대출 비중을 3개월만에 0.55%포인트나 줄였다.

같은 기간 우리ㆍKB국민은행도 각각 0.3%포인트, 0.09%포인트 낮췄다.

대기업보단 상황이 낫지만 중소기업 대출도 위축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대비 3조 2000억원 증가에 그쳐 증가폭이 지난해 동기대비 절반 수준으로 극감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중소기업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대출태도지수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란 것은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졌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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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찾는 기업들…돈 줄 찾아 삼만리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높은 금리에도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기업의 상호저축은행 대출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2년새(2013년말→2015년 말) 46.4%(3522억원)나 늘었다. 저축은행 기업대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3.9%에서 2015년 5.2%로 상승했다. 보험사도 기업들로 북적이긴 마찬가지다. 생명보험사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2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자체적인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회사채 시장도 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채, 은행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1조6,029억원으로 전월보다 41.7%나 급감했다.

올 들어 1~3월 누적으로 봐도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7조865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34.3%나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운ㆍ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사채시장이다.

A씨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경우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채쪽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높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살리는 금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수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의 담보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보증기관의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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