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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부 구조조정안]일단 ‘기업 스스로 생존’ 압박…장기적으론 ‘합병·빅딜’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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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추진안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 업종인 대형 해운·조선사의 합병, 빅딜 논의를 일축하고 기업의 강력한 자구책 마련을 강조했다. 특히 구조조정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해운사의 경우 용선료 인하가 생존의 전제임을 재확인했다. 우선은 살려두되 정상화까지의 과정은 기업이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그간 구조조정과 관련해 해오던 원칙을 되풀이한 것일 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발표한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조선·해운사의 합병·빅딜설을 일단 가라앉히고 각 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지원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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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거론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방산분야 빅딜 추진에 대해 임 위원장은 “정부와 채권단에는 구체적인 방안도 없고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임 위원장은 “조선산업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며 장기적 차원의 합병·빅딜 여지는 열어놨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에 대해서도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적절치 않다”면서도 “앞으로 양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채권단을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상황, 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합병설을 일축한 대신 정부는 해당기업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줄 것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소유주인 대우조선에는 인력감축,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의 추가 자구계획을 요구키로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587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709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내놨고 이를 이행 중이다. 대우조선은 여기에 2019년까지 2300여명을 추가 감축 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1조6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1533명, 1500명씩 감축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는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요구한 뒤 집행상황을 관리한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대해 임 위원장은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자금을 빌려줬고 선주들은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줬다. 똑같은 채권자인 만큼 손실분담의 형평성에 대해 인식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5월 중순을 최종시한으로 못박고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선주들을 압박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선주들도 용선료를 거의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중소 조선사에 대해선 통폐합·매각을 통해 정리한다는 애초의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은 올 하반기 대외여건을 고려해 회생절차 전환을 검토하고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추진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신규 수주 부진이 지속되면 근본적 대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SPP·대선조선은 채권단과 합의돼 있는 통폐합·매각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케 한다.

정부는 조선·해운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는 자율협약,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의 절차를 밟아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철강·석유화학을 비롯한 공급과잉 업종은 업계 스스로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을 진단해 M&A, 업종전환·설비축소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 방안은 애초의 원칙과 계획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책임을 질 주체가 없다 보니 결정을 하지 못하는 그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실질적으로 아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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