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해운사 회생…결국 ‘용선료 재협상’에 달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배를 팔았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이후 외국 선주에게 용선료를 내고 배를 빌려 쓰고 있는데 해운업 호황기에 계약이 이뤄진 탓에 현 시세를 4~5배 웃도는 값으로 비용이 책정됐다. 고정비인 용선료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반면 불황으로 물동량은 감소해 운임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은 연 1조원, 현대상선은 이보다 적은 수준의 용선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 22개 선사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20~30%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진해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다음달 중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 용선 계약을 맺은 현대상선 컨테이너 부문의 경우 6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선은 하루 3만1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용선료(1만4000달러·3년 계약)의 2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이 지금보다 용선료를 20%만 낮춰도 컨테이너 부문 원가(2015년 기준) 중 1400억원, 30%를 깎으면 지난해 운항 원가 중 2100억원을 줄일 수 있다.
용선료 계약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는 과거 재협상을 해본 업체가 없다. 세계 선사들 중에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인 ‘ZIM’이 2014년 용선료를 재조정한 사례가 있다. 이 업체 역시 실적 부진에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2013년부터 1년 가까이 용선료 인하를 포함해 채무재조정에 들어갔다. 이 협상을 마무리한 해당 분기에는 영업손실을 봤으나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연간 5%의 세전영업이익(EBIT)을 내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한국 해운사들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외국의 선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사 간 합병은 없다는 신호를 보냈고 구조조정 방식과 지원안에 대해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신용도, 기업 안정성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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