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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한은 돈 찍어 구조조정 위한 ‘양적 완화’…현실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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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언론인 간담회

불씨 살아난 ‘한국판 양적완화’



한겨레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이 박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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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 후 꺼져가던 ‘한국판 양적완화’의 불씨를 박근혜 대통령이 되살렸다. 하지만 양적완화 방식과 그 목적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터라, 이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실시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국내에서 급부상한 것은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이 ‘한국판’이라고 단서를 단 것은 다른 나라에서 한 양적완화와는 목적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5대 취약업종 재편 위해
국민 세금 아닌 한은 발권력 동원
일부에선 “경기 부양용 될수도”

실행 옮기려면 법 개정 필요하고
더민주는 반대해 ‘산넘어 산’


공약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대상과 목적은 두가지다. 하나는 가계의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중 채권을 매입한다는 점에서 미국 등에서 한 양적완화와 비슷해 보이나, 그 목적은 다른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급격한 위기에 따라 발생한 신용경색이나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대응이 양적완화의 주목적이었다.

선거 때 새누리당이 밝힌 대로 어떤 형태로든 한국판 양적완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운·조선·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과 떼내어 생각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구조조정의 키를 잡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해진 국책은행의 자본력을 채워주자는 게 한국판 양적완화의 최종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두 국책은행은 자본비율(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넉넉하지 않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은행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 ‘세금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있는 한은의 돈을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쓰는 게 정부 입장에선 낫다고 정치적 판단을 했을 여지가 크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은 등 관계기관과 (자본확충)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에선 정부의 애초 의도와 달리 문자 그대로의 경기 부양용 양적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핵심 수단인 금리 정책의 효과가 크게 떨어져 있는데다, 경기도 4년간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땅한 경기 진작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내수 진작을 위해 일회성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며 한은이 가계 부실채권과 중소기업 부실채권 등을 60조원 규모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려면 현행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법은 발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수출입은행에만 한은이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한은의 양적완화 결정은 현행법상 한은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라는 점, 경기 부양형 양적완화에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점도 한국판 양적완화가 현실화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았으면 한다. 넘어서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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