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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 실탄 확보, '한국은행 역할론' 커지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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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 '실탄' 국책은행 자본확충 계획

국회 동의절차 까다로운 재정보다 발권력 동원

고민 커지는 한은…내부 집행부 중심으로 논의

이데일리

[이데일리 최정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이 16년 만에 발권력을 동원해 수출입은행 등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가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하고자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은 기재부가 예산을 통해 현금출자 혹은 현물출자를 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국회 통과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만 거치면 되는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적완화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등을 한은이 직접 매입하는 게 골자다. 이를 산은의 자본 확충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 역할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은 내부 기류는 약간 다르다. 돈까지 찍어내면서 타개해야 할 위기 상황인지 의구심이 없지 않다.

◇국회 동의절차 까다로운 재정보다 발권력 동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개최하고, 기획재정부 한은 산은 수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적정 규모의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의 양대 축인 산은과 수은의 건전성 문제는 계속 불거져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 10.0%다. 특히 수은이 은행 건전성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10%에 턱걸이했다.

임 위원장은 “적극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적기 대응하려면 국책은행의 충분한 기초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산은과 수은의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11조4000여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8% 증가했다. 누군가는 돈을 대줘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게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다. 한은이 직접 출자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겠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한은에 더 기운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은 출자는 금통위 의결만 거치면 된다.

한은은 지난 1976년 이후 12차례에 걸쳐 수은에 출자한 적이 있다. 총 1조2000억원 규모다.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는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수은은 가능하다. 한은은 이미 수은의 2대 주주다.

다만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했던 3000억원 출자는 한은 독립성이 약했던 시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1999년(7000억원)과 2000년(2000억원) 이후 한은의 수은 출자는 없었다. 이번에 16년 만에 전격 검토된다는 얘기다.

◇고민 커지는 한은…내부 집행부 중심으로 논의

한은이 산금채를 매입하는 안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앞으로 (양적완화가 추진되는)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공약은 여당의 총선 참패로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 이슈와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은의 산금채 매입은 현행법상 가능하지 않다. 국회의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큰 난관은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야권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수은 출자보다 훨씬 더 논란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

당사자인 한은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은 내부는 발권력을 동원해 누군가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통화정책의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마냥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동시에 있다. 특히 이날 오전 금융권에서 한은의 수은 출자가 거론됐고 오후 산금채 매입까지 언급되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은은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집행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출자를 실시할지 여부 등을 원점에서 놓고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측은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한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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