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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전문가들 "구조조정은 정부가 키잡고 방향 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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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안 미흡… "한국은행 발권력 동원은 최후의 수단"

(서울=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경제전문가들은 26일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가 키를 잡고 큰 들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날 '사즉생'(死則生)이란 강경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다운사이징, 설비나 인력감축 등에 대한 정밀한 계산을 거쳐 구조조정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의 '실탄' 마련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통한 재정확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답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만을 이용하는 건 비정상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 "조선업 세계적 공급과잉…3사 체제 유지는 우려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일단 정부가 메스를 들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조선 해운업을 경기 민감 업종으로 지정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방안이 나왔는데, 그 정도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욕심을 내자면, 그 정도만 가지고는 산업적 차원에서 볼 때 부족한 감이 있다. 조선업의 경우 지금 3사 체제를 그대로 계속 이어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선박·조선 부문 공급과잉 현상을 고려한다면, 3사 체제가 과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우려되는 것이다.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최근 합병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대우조선해양같이 주인 없는 회사가 스스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조직 추스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가 자칫 잘못 지원했다가는 더 큰 자원낭비로 갈 수 있다. 지금 구조조정 결단한 시점도 늦었다는 감이 있는 만큼 더욱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 "정부가 구조조정의 키 쥐어야"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지금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의 큰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세부적인 의사 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조조정은 근로자, 채권자 문제 등 기존 이해관계를 모두 건드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조정에서 의사 결정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조선사와 해운사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장이나 채권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의 방향을 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구조조정을 미리 했으면 좋았겠지만 몇 달 늦춰졌다고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한 한국은행의 출자 방식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문제다. 가장 정공법은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 자본 확충하는 것인데 국회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수반된다. 한국은행의 자본확충은 이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을 통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하기 어렵다.

◇ "정부 구조조정안 미흡…법인세 인상은 교각살우"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정부 발표가 좀 더 지켜보자는 스탠스인 것 같다. 미지근하게 나왔다. 아직 부실에 대한 파악이 덜 된 게 아닌가 싶다. 다운사이징, 설비나 인력감축 등의 규모를 통해 이 정도면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다는 확정안(End state: 최종상태)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아직 그 계산이 덜 된 듯싶다. 각론으로 들어가 조선은 삼성·현대·대우 등 이른바 '빅3'에 대한 것과 나머지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걸 구분했어야 한다. 삼성이나 현대가 대우를 인수하는 방안이 있는데 삼성이나 현대가 여력도 없고, 인수하면 안 된다는 인식도 시장에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SPP나 성동 같은 중견 조선사는 이미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것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못했다.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해운과 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현재 모두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차입금만 출자로 전환하는 게 답은 아니다. 현금 흐름을 계산해 수입과 지출을 맞춰서 설비와 부채를 줄이고 손실분담을 해야 한다. 재원마련과 관련, 법인세 인상은 반대한다. 장기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 세율은 높아지는데 세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도 결국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여야 합의를 통해 추경을 편성한 후 한은도 어느 정도 출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 "한국은행 발권력 동원은 최후의 수단"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조선·해운은 일본·중국과 비교해 구조조정 시기가 늦었다. 일본·중국이 새로운 사업구조로 세계시장을 차지하고자 할 때 우리는 과거에 안주하며 부실을 키웠다. 지금 구조조정을 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회복할지는 회의적이다.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을 내놓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당장 부실이 커졌다고 인력 구조조정, 사재 출연, 자금지원 이런 수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내적으로 부실을 더 키우는 꼴이 된다.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 시장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업종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암세포가 발견되면 빨리 수술해야지 온몸에 종양이 퍼진 뒤라면 구조조정을 해도 기업은 못 살리고 돈만 들어가게 된다. 석유화학·철강은 조선·해운보다는 시급하지 않아 자율적인 시설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방치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나누기,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동원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상시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관치금융 틀 안에서 정책금융기관이 부실을 떠안고 자금을 대주면서 부실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을 지속해왔다. 이번 기회에 관치금융이 얼마나 큰 비용을 유발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대우조선해양[042660] 사례에서와 같이 구조조정에 앞서 부실경영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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