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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 몰린 해운업, 30여년전 '합리화 조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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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84년 경영악화 해운사들 20그룹으로 통폐합 뒤 금융혜택 등 지원

시황 회복 지연에 부채 더 늘어나다 88년 해운경기 회복되며 회생

【서울=뉴시스】황의준 기자 = 최근 정부 주도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국면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30여년전 정부가 추진했던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에 대한 업계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6일 조선·해운산업을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하고, 향후 채권단과 함께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해운경기 장기침체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전용선사업 및 국내외 터미널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펼쳤지만, 선복과잉으로 인한 운임 폭락 등 영향으로 경영상태가 지속 악화됐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운업계 상황은 30여년전인 1982년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해운업체들도 물동량 감소, 운임 급락 등의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84년 5월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를 발표한다. 111개로 난립된 해운 업체를 20그룹으로 통폐합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악성부채를 상환 유예해주는 등의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정부는 82년 이래 매년 1000억원씩 적자를 내던 해운업계가 85년부터 흑자로 전환,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88년에는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반년 내로 대부분의 통폐합이 완료됐지만, 구조조정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정부는 물론 해운업체 스스로도 회사 부동산 매각, 경영주 자택 처분 등의 자구노력을 펼쳤지만 해운시황이 좀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4년 해운통폐합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해운업계의 총부채는 2조7000억원대였는데, 86년 말 들어 그 규모가 4조원까지 불어날 정도로 사정이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정부의 해운산업 합리화조치는 실패로 끝나고, 국적선사의 재기가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들도 심심찮게 흘러올 정도였다.

그러나 87년 하반기들어 운임이 반등하기 시작하며 부실 해운업계의 경영수지도 큰 폭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당시 소련의 흉작과 중국의 축산진흥책으로 곡물수요가 크게 증가한 점, 페르시아만의 긴장지속으로 인한 유조선 운임상승, 85년 이후 신조선박감소 및 폐선증가추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88년 들어 정부의 예상대로 해운경기에도 봄기운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물동량과 운임수입이 모두 증가하며 적자에 허덕이던 해운업체들이 6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해운 합리화 정책도 그해 11월 마무리됐다.

정부는 기업들이 불황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줬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황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해운업체들이 글로벌 선사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열렸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수출촉진이라는 경제적 기능 외에도 방위산업이나 국력신장의 상징산업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중요성 때문이라도 해운업이 하루 빨리 불신에서 벗어나 부실에서 빠르게 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과감하고 효율적 지원을 통해 해운사들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la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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