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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쌍용양회 인수한 사모펀드, 혹독한 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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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국내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양회를 인수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시멘트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가 5년 간 직원 고용유지 계약 등을 맺은 것과 달리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쌍용양회에 서슬 퍼런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26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지난 16일 열린 쌍용양회 이사회에서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과 황동철 쌍용레미콘 대표를 공동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이윤호 전 대표는 임기 1년의 쌍용양회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대표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21년 동안 소니의 한국 법인 계열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쌍용양회는 윤 대표를 비롯해 소니와 인연 있는 인물이 대거 이사진에 포진해 있다.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인사와 총무 부서를 비롯해 10여개 조직을 통합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보 제작과 대외 홍보를 맡았던 홍보팀은 해체됐고 해당 인원은 퇴사 통보를 받았다.

인력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18개월치를 보상해 주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다. 이미 1차로 50여명의 1차 퇴직자를 확정, 통보했다. 쌍용양회 내부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감이 극대화 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쌍용양회가 시멘트 업계의 맏형 역할을 해오면서 시장 질서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동안 끈끈하게 유지됐던 시멘트 업체들간 유대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1970년 12월부터 매달 발행된 시멘트산업의 역사이자 임직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사보도 없애고 시멘트산업을 대내외적으로 대표했던 홍보팀을 해체한 것이 컸다.

인수 전까지만 해도 한앤컴퍼니가 그동안 대한·한남시멘트의 경영 경험 탓에 시멘트산업을 이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사모펀드 인수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쌍용양회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조929억원, 영업이익 2206억원, 당기순이익 770억원 실적을 냈다. 지난 2014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21.9%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실적에도 한앤컴퍼니는 수익 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쌍용양회는 해운·자원개발·정보통신·레미콘 등 7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쌍용양회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지출한 한앤컴퍼니가 차익 실현을 위해 쌍용정보통신 등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쌍용양회의 이번 구조조정이 사모펀드와 인수합병이 진행 중인 라파즈한라시멘트에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홍콩계 투자회사 베어링PEA와 손잡고 라파즈한라시멘트의 대주주인 라파즈홀심과 라파즈한라시멘트 지분을 56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국내 시멘트시장 점유율 5위권의 회사로 지난 2000년 프랑스 기업인 라파즈가 한라시멘트의 지분을 인수, 경영해 왔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차라리 한일시멘트가 인수하는 게 나았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려 팔아치울 궁리만 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제2의1호 사모투자전문회사 한앤코10호유한회사를 만들어 쌍용양회 지분 46.14%를 8837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 53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추가로 사들여 보유 지분율을 46.8%로 늘렸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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