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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 급물살] '풍전등화' 운명 앞에 선 현대상선-한진해운, 대처법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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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선료 인하 목숨건 현대 vs. 협상팀 이제야 꾸리는 한진
2. 오너들의 처신.. 300억 내놓은 현정은 회장, 사재출연 난색 조양호 회장
3. 위태로운 해운동맹.. 한진 속한 동맹 와해 위기, 현대상선 'G6'은 유지될듯
4. 빚더미의 두 해운.. 한진해운 복잡한 부채구조, 현대상선 채권은 조정가능


한진해운 이 25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공식 제출하면서 회사의 운명은 이제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 지난달 말 채권단과 전격 자율협약을 체결한 현대상선의 길을 한진해운이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가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긴급함 속에 진행되면서 향후 행보가 현대상선보다 더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채권단 도움을 줄기차게 요청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구책을 추진해왔던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의 경우 '총체적 부실 신청'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용선료 인하 전략 부재, 전임 회장 일가 도덕성 시비, 글로벌 동맹 와해 위기, 상대적으로 더 복잡한 부채구조가 한진해운 발목을 잡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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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료, 이제 팀 꾸리는 한진해운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생존에 현재 가장 부담스러운 사안은 역시 용선료 인하 작업이다. 일찌감치 채권단과 자구책을 조율해 왔던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의 작업은 이제 시작단계로, 작업은 더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용선료는 1조146억원. 현대상선의 1조8793억원보다 액수는 덜하지만, 지난 1월 말부터 해외 선주사를 공략해온 현대상선과 달리 특별한 전략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게 더 문제다.

현대상선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를 대신해 외채협상을 주도한 미국 변호사 마크 워커, 기업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국내 민간 선박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된 태스크포스(TF)팀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조디악 등 22개사를 대상으로 순차적 협상테이블을 갖고 있다. 협상 초기 "이제까지 용선료 협상을 성공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는 비관론이 비등했지만, 현재 분위기는 최악은 면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협상단은 용선료 중 조정가능한 1조원 규모를 20∼30% 인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인하에 성공하지 못하면 회사는 정리수순이라고 판단, 협상팀은 보안 속 극도의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달리 한진해운의 경우 지금까지도 별도 협상팀 없이 사태 주시에 시간을 허비한 측면도 있다. 한진해운측은 이제 팀을 꾸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보다 세부적인 계획을 촉구하고 있다.

■한진해운 정상화 곳곳 암초

해운을 잃으면 그룹을 잃는다는 절박함 속에 총수를 비롯한 전체 경영진이 현대상선 정상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과 달리, 해운 때문에 그룹까지 위험하게 생겼다고 보는 한진 측 전체 분위기도 한진해운의 앞날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300억원 사재 출연.경영권 포기까지 밝히면서 현대상선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진에선 "1조원 쏟아부었고.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까지 포기했다. 이젠 할 수 있는 거 다 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의 경우 사재 출연에 대해선 계속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경우 자율협약 신청 직전 지분을 전량 팔아 도덕성 시비까지 일게 생겼다.

한진해운의 늑장 대응은 글로벌 해운 동맹 탈락 위기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와도 대조적이다. 현재 글로벌 해운 동맹은 내년부터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해 영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는 9월까지 팀을 새롭게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간 글로벌 4강 중 한 축을 차지했던 한진해운의 CKYHE의 경우 이 동맹 핵심멤버였던 중국 코스코와 대만 에버그린이 새로운 오션 얼라이언스로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와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CKYHE중 남은 멤버는 한진해운과 일본 케이라인, 대만 양밍 세 곳이다. 그러나 케이라인과 양밍은 글로벌 선사 중 약체에 속한다. 사실상 한진해운은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적극 뛰어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책임을 져주는 회사라는 확고한 메시지가 있어야 글로벌 선사들이 새 동맹으로 받아줄 수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9월 전 이 작업이 완료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한진해운엔 딜레마"라고 언급했다.

현대상선이 속한 G6의 경우 멤버 2개사가 탈퇴했지만 여전히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 글로벌 업체가 잔류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채무조정 등엔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기존 얼라이언스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부채구조인 데다가 조정이 쉽지 않은 비협약 채권이 많은 것도 한진해운엔 짐이다. 한진해운의 6조6000억원 부채 중 은행 대출금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공모 사모사채 1조5000억원, 선박금융 3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현대상선은 부채 4조8000억원 중 은행대출이 1조원이다. 한진해운보다는 조정 가능한 채권이 많다는 이야기다.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협조, 대주주 고통분담 등 빠듯한 스케줄이 이제 한진해운의 몫이 됐다.

jins@fnnews.com 최진숙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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