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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구조조정 급물살] "죽을 회사 못합쳐.. 구조조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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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설에 난색
용선료·선박금융 등 이해관계 얽히고설켜 채무조정 등 난항 예고
실제 합병까진 산넘어 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채권단이 양사가 합병하기에 앞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정상화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양사 간 합병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양사가 합병 등을 통해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5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단, 죽을 회사를 합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두 회사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와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금은 합병을 논의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합병 전 정상화과정 거쳐야

이는 양사 간 합병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합병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정상화를 위해 현대상선은 두 발짝 나가 있다면 한진해운은 현재 한 발 떼려고 하는 단계"라며 두 회사가 자율협약에 들어와도 당장 합병은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채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도 양사 간 합병의 걸림돌이다. 두 회사는 용선료, 선박금융, 사채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이 거론되면 채무조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합병 추진 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수조원 넘는 비용을 대야 하는데 이는 국민정서상 용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합병을 한다면 누가 채무조정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이해관계자가 줄어들고 정상화가 됐을 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의 부채 6조6000억원 중 금융권 부채는 7000억원가량이다. 현대상선 역시 4조7000억원의 부채 중 금융권 부채는 1조원가량으로 비중이 낮다.

문제는 두 회사의 채무 중 1조2500억원에 달하는 공모사채의 경우 인수합병 추진 시 공모채를 보유한 사채권자가 합병 이의신청을 하면 채권을 100% 변제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정상화 전 합병은 불가능

문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에 두 개의 해운사가 필요하냐는 근본적 고민이다. 두 회사가 장기적으로 합병하는 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운업의 근본적 경쟁력 확보방안이 필요하다"며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없어져도 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금융위에서도 글로벌 해운업 자체가 장기침체에 들어간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연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현재 두 회사의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두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합병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채권단 고위 관계자의 "선(先)구조조정·후(後)합병" 역시 이런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의 경우 여러 회사를 합병해 국영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거래 문제 제기를 당할 수 있다"며 "해운업의 경우 국책은행 주도의 인수합병 절차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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