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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조선·해운 구조조정 “단순한 통폐합은 한국 조선 경쟁력 후퇴시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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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해운산업 재편을 예고한 가운데 조선소 통폐합과 같은 물리적 구조조정은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만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나금융투자의 박무현 연구위원은 25일 ‘진정한 구조조정 방법은 따로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은 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현재 제기된 조선업 구조조정법이나 조선소 통폐합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지난해 6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상황에서 정부는 대규모 인력 감축, 조선소 통폐합 등으로 손을 봐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기조다. 특히 대우조선은 분야별로 현대·삼성중에 매각하는 방안이나 현대·한진중 등의 방산(防産)을 합쳐 합쳐서 방산 전문 조선업체를 출범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무현 연구위원은 “실적 악화의 원인은 해양플랜트 실패 때문이지 선박은 위기가 아니다”라며 “한국 조선업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원인이 있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더욱 늘리고 숙련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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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숫자를 줄여 선박분야 기술인력이 이탈되면 향후 업황이 정상화됐을 때 중국에 추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선주들시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한국 조선소에 선가를 낮추라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1980년대 일본이 2차 오일 쇼크를 겪으며 도크 수(조선소)를 줄여 핵심 설계인력이 대대적으로 정리되면서 장기적 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점도 들었다.

대형 조선소의 인력은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보다 중소 조선소, 선박 기자재업체로 전직을 지원하는 인력 재배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5개 중소형 조선소는 인력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강화된 선박 규제로 건조기간에 설계도가 여러 번 바뀌고 있다”며 “해운업이 환경·안정규제가 강화돼 숙련된 기술인력에 대한 확보가 조선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 조선업의 구조개편은 핵심인력, 기술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GE와 지멘스 등은 연 5조원 이상 연구개발에 쏟아붇고 기술인력이 3만명이 넘는다. 해양 엔지니어링 프랑스 기업인 테크닙은 엔지니어만 3만7000명에 달한다. 박 연구위원은 “조선업 등 중공업 분야의 핵심 경쟁력은 숙련된 기술인력”이라며 “한국은 조선에 2만5000명에 달하는 설계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가장 완벽한 기본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술력 확보는 최근 몇년새 해양플랜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도 자주 제시된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출판된 <축적의 시간>에서 “2012~2013년 설계·생산 인력을 포함한 조선업계 기술인력은 조선 관련이 75%, 해양 기술이 25%이지만 매출 75%가 해양플랜트에서 나와 인력불균형 심각한 상황”이라며 “외국연수 등으로 경험지식을 확보할수 있다고 낙관했지만 전문 노하우는 쉽게 축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연내 해양플랜트 14기를 완성해 인도할 예정인데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2만명 넘는 ‘물량팀’ 인원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여있는 상태다.

박 연구위원은 조선업의 위기는 경기침체보다 ‘수주’ 실적으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분위기로 리먼사태 이후 선박수주량 감소 압박을 이기지 못해 능력 외 분야인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려 대규모 적자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인도’ 실적으로 평가하면 현재 각 조선소마다 주력 분야에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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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가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선박 수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매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 해양플랜트 수주가 실패했다면 인력 구조조정은 더 일찍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2009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700만CGT로 1998년(1645만CGT) 이후 최저치였다. 당시 2009년 한국 선박 수주량도 437만CGT로 줄었다.

이밖에 보고서는 8000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에 집중하고 있는 빅3가 3000TEU급 이하 중소형 선박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해운사와 상생 성장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대안으로 봤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한국 조선 3사가 수주하는 대형컨테이너선과 LNG선, VLCC선 등은 자국 선사 발주물량 외에 ‘빅3’끼리 경쟁하고 있어 구조조정에 따른 재편이 ‘외국 경쟁업체만 득’이라는 주장은 비약이 있다”며 “중소형 선박은 ‘빅3’가 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고 중소 조선사로 인력을 보내는 것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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