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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정부 "구조조정 실업 대책 마련"… 자구노력 없는 기업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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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협의체 회의 열어 구체적 재원 논의

정부는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유지 및 실직자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규모 인력감축이 우려되는 조선업종의 경우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면 대상에서 배제하는 선별 지원방식이 될 전망이다. 기업이 위기인데도 경영진은 고액연봉을 챙기고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다면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현안회의(일명 서별관회의)를 열고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 고용유지와 취업 지원방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회의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6일 임 위원장이 주재하는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조조정협의체는 작년 말 해운·조선·건설·철강·석유화학 5대 취약업종의 과잉설비 축소와 경쟁력 강화 방향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일보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 협약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해운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게 된 상황에서 24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이제원기자


◆“자구노력 없다면 지원도 없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고용안정대책이다. 실업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5%를 넘어야 지정할 수 있는 ‘고용위기지역’제도와 달리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심의·지정할 수 있다. 실업자는 6개월간 실업급여를 연장해 지원받을 수 있으며, ‘취업성공패키지’나 ‘내일배움카드’ 등으로 재취업 훈련도 지원받는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이나 휴직 조치를 하면 정부는 임금의 일부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한다. 재직자 훈련비 지원과 생계비 융자도 이뤄진다.

문제는 자구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지원을 받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징후는 상당하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퇴사자 수만큼 자동충원 등 무리한 임단협안을 내놓았다. 심지어 매년 우수노조원 100명 이상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고재호 전 사장은 총 21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대표도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정부가 선별지원 방식을 검토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고액연봉을 받는 조선업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까지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현대중공업 7827만원, 대우조선해양 7500만원, 삼성중공업 71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무주택자 융자,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다.

세계일보

◆여력 없는 국책은행, 추경 꺼리는 정부

4·13총선 이후 해운·조선 부실기업 구조조정엔 가속이 붙은 형국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재원 마련이 문제”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자를 지원하고 채권 금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부실을 메우기 위해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치열하게 논의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공허하다”고 말했다.

돈을 마련할 창구는 뻔한데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주채권은행인 국책은행들은 기업부실로 멍이 들 대로 들었다. 산업은행은 최근 3년 사이에 2조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이 떠안은 부실채권(NPL)은 7조3270억원에 이른다. 다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익이 411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작년에 정부로부터 1조1300억원을 출자받았다.

정부도 적자 재정을 운용 중인 터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엔 난색이다.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추경 편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구조조정으로 고용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이라고 여지는 남겼다.

한국은행의 역할론도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완화’는 물건너갔으나 한국은행 발권력에 기대는 아이디어는 살아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도 한은이 산은이 발행하는 산금채를 인수해 구조조정의 실탄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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