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조정 '급물살' 귀착지는 합병?

한국 양대선사 현대상선·한진해운, 산업은행 관리 하에 놓이는 셈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함에 따라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생존을 위한 합병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자율협약을 적용하느냐 여부는 채권단의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초 결정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한 만큼 자율협약은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현대상선처럼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한진해운 자율협약은 현대상선의 선례를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대주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자산매각, 대주주 감자, 과도한 수준의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등의 조건이다.

물론 이런 조건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유일호 경제 부총리가 언급한대로 자율협약이 아니라 '법정 관리'라는 파국을 맞게 되는 만큼, 최대한의 노력이 기울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이 결정되면, 한국 해운업을 대표하는 양대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두 회사의 주인이 되는 만큼 정부의 판단과 의지 여하에 따라서는 두 회사를 합병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국적 해운사가 2곳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라는 유일호 경제 부총리의 최근 발언은 불황을 견뎌내고 생존하기 위해서 합병으로 규모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못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항로와 컨테이너선 중심의 영업방식 등이 유사해 합병을 해도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를 합치면 연간 매출 13조원이 넘는 거대 해운사가 탄생한다"며 "조직 통폐합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합병은 시도할 만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국적 선사의 손실은 그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어디로 귀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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