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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한진해운,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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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약 신청’ 배경·전망‘

한진해운이 22일 현대상선에 이어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하면서 국적 양대 선사의 운명이 채권단 손에 놓이게 됐다.

경향신문

한진해운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 전시된 모형 컨테이너선 앞을 걸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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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는 25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으면 하나·우리·국민·농협은행 등 금융권 채권기관들이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안건으로 올리게 된다. 실사 및 검토를 거쳐 이들이 100% 동의하면, 내달 초에는 자율협약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자율협약이 성사되면 채권단은 현대상선 수준의 구조조정안을 한진해운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사재를 내놓은 것처럼 이해관계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호황기 계약을 맺은 선주들과의 용선료를 재협상해 비용도 낮추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부채 5조6000억원 중 금융권 차입금이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사모사채가 1조5000억원,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가 2000억원, 선박금융 3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채권단의 지원만으로는 부채 재조정이 불가능하다. 또 당장 6월에 공모채 1900억원, 9월에는 310억원이 추가로 만기가 돌아와 사채권자들의 만기 연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자금 조달 가능성이 현대상선보다 여의치 않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면담하는 등 정부와 금융권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독려해온 만큼 자율협약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1977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된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조양호 회장의 동생 조수호 회장이 맡아왔으나 2006년 그가 별세한 뒤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독자적으로 경영을 해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해운업 불황이 시작되자 일감이 줄었고, 운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3년 9조원을 넘던 매출은 매년 1조원씩 감소해 지난해에는 7조7796억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호황기의 선박 대량 구매와 사업확장이 재무 부담을 높이면서 2013년 부채비율이 1400%까지 올라가고 4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에도 2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계열사를 통해 지원하던 조양호 회장은 직접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 회장은 2014년 취임식에서 “흑자 전환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하고 지금까지 급여를 받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14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특히 세계 해운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이 운임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려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까지 가는 컨테이너선의 운임은 6m짜리 컨테이너 1개당(TEU) 현재 271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700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증권을 팔아 1조원 넘게 확보한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매각할 자산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유동성 위기 극복의 걸림돌이다. 한진해운이 런던 사옥을 팔고 상표권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그 규모는 총 5000억원 정도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자율협약을 결정한 데는 육·해·공의 종합 물류를 이어온 한진가(家)의 명맥을 잇기 위한 결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한진해운을 다시 살리려는 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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