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구조조정으로 금융 불안하면 정책수단 동원”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 가져

정부·정치권 이어 한은도 ‘힘싣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국 한은 본관에서 시중은행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은행장들이 옥석을 잘 가려 우량한 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불안 시에는 한국은행의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저금리로 순이자 마진이 줄어든 데다 일부 취약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 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정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경영 여건이 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나 국내 은행들이 손실 흡수력이 양호한 상태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 흡수력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9조원가량 증액했는데 이 자금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행된다”며 “대출지원 확대가 소기의 효과를 나타내도록 은행장들이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저리 자금으로, 수출·설비투자·고용 지원을 위해 지난 2월 한도가 총 25조원으로 확대됐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