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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업 구조조정하겠다며 ‘긴축’…정부 재정정책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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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전방위 재정 개혁”

재정건전화 특별법 추진 밝혀

세수 확충 전략은 없어 ‘반쪽’

내년 예산계획도 긴축기조 유지

구조조정 따른 실업·은행부실 등

정부선 비용 부담 않겠다는 속셈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기가 장기 침체 상태에 빠졌고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마저 예고되면서 경기 진작이나 구조조정 비용 분담을 위한 재정의 구실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긴축 재정 운용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재정 당국은 이런 재정 기조를 법제화하겠다고까지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01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나 잠재성장률 하락,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국가 재정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재정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중장기 재정 운용의 큰 그림을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결정 사항은 매년 편성되는 예산안과 재정 관련 법령에 반영된다.

정부는 재정 개혁의 첫 과제로 ‘재정건전화 특별법’(가칭) 제정을 들고나왔다. 기재부는 특별법에 담길 내용으로 ‘중앙정부의 채무한도 설정’(채무준칙)과 ‘총수입 증가율을 넘지 않는 총지출 증가율 관리 원칙’(지출준칙) 등을 예로 들었다. 이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관리를 위해 ‘긴축재정 운용 기조’를 법률로 명문화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복지제도 도입 자체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당장 정부의 이런 재정 기조는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되는 ‘2017년 예산안’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각 부처에 내려보낸 ‘201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부처별로 재량지출(법적 제약이 없어 정부가 임의로 편성할 수 있는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10% 삭감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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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연도 예산 편성 기조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애초 계획에서 미세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차관이 말한 애초 계획은 지난해 9월 발표된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된 2017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 2.7%를 가리킨다. 송 차관이 언급한 미세조정은 지출 증가율을 3% 이내에서 묶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올해의 긴축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재정 기조는 올해 성장 전망이 2% 중후반대까지 떨어진데다, 3년(2015~2017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고되는 등 장기 경기침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세수도 줄어들게 되어 정부가 앞세우는 재정 건전성 역시 위협받는다.

특히 본격화한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할 실업이나 은행 자본확충과 같은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예컨대 긴축 재정 기조 아래에선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의 한 부분인 고용보험기금 지출 확대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이 이날 “수술이 무섭다고 안 하고 있다가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신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재정 기조로 볼 수 있다.

또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면서도 정작 핵심 수단인 세수 확충에 대해선 아무런 전략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정이 돈을 걷는 일(세입)과 돈을 쓰는 일(세출)로 구성되는 점을 염두에 두면, 세출 관리에만 방점이 찍힌 이런 재정 전략은 반쪽짜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김경락 노현웅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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