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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종합]"전교조 종북 좌파" 원세훈 발언, 2심서 "명예훼손 책임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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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종북 좌파 단체'라고 칭한 원세훈(65)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을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항소심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예지희)는 21일 전교조가 원 전 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전교조를 종북 좌파 단체로 지정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교조 측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봤다. 하지만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 불특정 또는 여러 사람에게 유포됐다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교조를 종북 좌파 단체로 칭한 이 사건 표현행위의 전체적인 맥락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직관적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표시하게 된 배경 등을 종합해 볼 때 종북이라는 표현은 '전교조를 종북 성향을 가진 단체로 일반화시키거나 또는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 세력이 있고 그러한 세력들이 전교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그것이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취지에 비춰 의견의 근거가 되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단체나 개인이 종복 세력으로 인식되는 경우 그 단체나 개인의 주장이나 견해, 지향하는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나 검증을 불문하고 국가적·사회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인식돼 사회 평가가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에 따른 형사적 처벌의 위험성까지 부과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의미의 종북 세력이 아닌 단체나 개인이 특별한 사정 없이 종북 세력으로 지칭되는 경우 이들에게 주어질 사회적인 평가가 객관적으로 침해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의 적시라도 불법행위인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됐다는 공연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수인이란 단순히 복수의 사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사실의 적시로써 해당 단체나 개인에 대한 사회 일반의 객관적인 평가가 저하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범위의 상대방을 뜻한다"며 "여러 명에 대한 사실의 적시가 있더라도 특수한 사정으로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연성은 부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표현은 국정원 내부 전산망의 '공지사항'란에 게시돼 여러 국정원 직원이 볼 수 있는 상태였더라도 어디까지나 국정원 내부에 국한돼 유포된 이상 이 같은 표현으로 전교조 명예가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소속 직원들이 국가정보원직원법 및 채용 계약 등에 의해 국정원의 운영 지침 및 업무 전반에 관해 알게 된 비밀을 국정원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는 고도의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불법행위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전교조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2013년 3월 재임 중 매달 부서장회에서 한 발언을 내부 전산망 공지사항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이 중에는 "아직도 전교조 등 종북 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이므로 국가의 중심에서 일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 주기 바람'이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종북 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이라는 내용도 드러났다.

이에 전교조는 원 전 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2013년 3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이 전교조를 종북 세력 또는 종북 좌파단체라고 지칭하면서 그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계속·반복적으로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받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와 원 전 원장은 전교조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cncmo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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